기부 경험 있는 충청민 매년 꾸준히 감소세
‘사랑의 온도탑’ 20여일 지났지만 목표 절반 수준

통계청 사회조사결과 충청권 기부경험. 그래픽=정연희
통계청 사회조사결과 충청권 기부경험. 그래픽=정연희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주변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나눔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불경기 영향으로 기부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면서 취약계층은 더 고되고 추운 연말을 맞이하고 있다.

25일 최근 5년(2017~2021년) 통계청 사회조사결과를 분석한 결과, 충청권 4개 시·도 지역민의 기부경험은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대전·세종·충북·충남 지역민들의 평균 기부경험(지난 1년간, 13세 이상 인구)은 2017년 27.3%에서 지난해 23.4%까지 추락했다.

지역별로 대전은 2017년 28.1%, 2019년 28.6%, 지난해 23.4%, 세종은 각각 33.2%, 32.8%, 31.1%로 집계되며 기부 참여 활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은 25%, 23.1%, 19%로 지난해 기부 경험은 10%대로 떨어졌고 충남도 22.9%, 23.7%, 20.1%로 감소했다.

기부 경험 있는 충청민 2017년 27.3%→지난해 23.4%
기부 경험 없는 이유론 ‘관심·경제적 여유 없어서’ 최다
고물가·불경기 여파 기부 감소세… 취약계층은 되레 늘어나

지난해 ‘기부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지역민들은 기부 미참여 이유로 ‘경제적 여유 및 관심 없음’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전 81.3%, 세종 77.4%, 충북 87.3%, 충남 79.9%가 기부에 대한 관심과 경제적 여유가 없어 참여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지역민들의 삶이 점차 팍팍해지면서 주변 이웃에 대한 관심을 쏟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충청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대전 4.9%, 세종 5.4%, 충북 5.6%, 충남 5.5%로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감염병 장기화 등의 여파를 이어가고 있다.

기부참여는 5년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으나 취약계층은 반대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구 수는 대전 2017년 3만 2544가구에서 지난해 4만 8792가구로 49.9%가 증가했다.

충청권 타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세종 2582가구에서 4818가구, 충북 3만 2555가구에서 5만 1604가구, 충남 3만 9281가구에서 5만 9096가구로 각각 86.5%, 58.5%, 50.4%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말연시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기부 경험자들은 ‘돕는 것에 행복’, ‘보람’ 등을 기부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시민의 책임’, ‘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이를 갚고 싶으므로’ 등의 이유가 뒤를 이으며 모두가 어려운 시대에도 함께 나누는 행복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혜진 대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내 삶이 풍족하지 않더라도 커피 한잔 정도 값을 기부하는 의식, 그런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있어야만 기부가 활성화 될 것"이라며 "연말·연초 같은 특정 기간에만 기부에 대한 반짝 관심을 갖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작은 것부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부 문화가 사회에 확산·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세군 모금. 충청투데이DB
구세군 자선냄비. 충청투데이DB

아직 차가운 나눔온도… 더 뜨겁게 올려주세요

경기침체·물가급등 영향으로 시민들 기부심리 위축

사랑의 온도탑 절반 채워…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를"

연말연시 기부 캠페인의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이 개막한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모금 수준을 보여주는 나눔 온도는 아직 목표치의 절반 수준이다.

경기침체에 물가급등으로 개인과 기업들의 기부 심리가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지역민들의 관심과 기부 손길이 간절한 상황이다.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전·세종·충남지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대전·세종·충남 지역 모금액은 112억 7320만원으로 목표액인 243억 1000만원의 46.37%를 기록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목표 모금액을 정하고 목표액 1%를 달성할 때마다 사랑의 나눔 온도를 1도씩 올려 기부 현황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나눔 목표액은 대전 59억 3000만원, 세종 12억 8000만원, 충남 171억원이다. 모금액은 노인과 아동·청소년, 여성·다문화, 장애인, 위기가정 등 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쓰인다.

대전은 지난 23일 기준 모금액 29억 7800만원, 나눔 온도 50.2도를 기록했다. 29억 2289만원을 모금해 나눔 온도 52.1도를 달성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모금액은 소폭 상승했지만 나눔 온도는 1.9도 낮아졌다.

세종은 모금액 6억 4000만원으로 나눔 온도 50도를 기록해 지난해 기부 실적보다 나은 수준을 보였다. 충남은 76억 5520만원을 모금해 나눔 온도 44.8도를 기록했다. 모금액과 나눔 온도 모두 지난해 기록을 상회했지만 아직 올해 목표액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사랑의 온도탑 모금액은 대전 59억 4200만원, 세종 16억 4300만원, 충남 178억 5800만원으로 목표액(215억 4000만원)을 초과 달성했지만 올해는 아직 목표액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침체로 기부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5개 자치구 순회모금 △QR코드 활용 모금 △지역화폐 ‘온통대전’ 활용 모금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은영 대전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현재까지는 지난해 모금액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개인의 기부 활동이 많이 줄었다는 게 체감된다"면서 "어려운 경기 속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작은 금액이라도 기부하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는 연말연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나눔캠페인 이웃돕기 성금모금 행사는 ‘함께하는 나눔 , 지속 가능한 대전·세종·충남’이라는 슬로건으로 내년 말까지 계속된다.

사랑의 온도탑이 펄펄 끓어 100도를 넘길 수 있도록 나눔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

나눔천사들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대전 박지훈 "아이들 함께 사는 행복 느끼게 해주고 싶어"

세종 빛깔합창단 "같은 다문화 가족들 도울 수 있어 행복"

충남 박정옥 "나눔하며 느끼는 보람 아는 사람들 많아지길"

대전 박지훈 씨 가족.
대전 박지훈 씨 가족.

◆ "아이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길 바랍니다"

대전 시민 박지훈(40) 기부자는 결혼 이후 꾸준히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적은 금액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 기부를 망설여왔지만 결혼 이후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주변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박지훈 씨는 "지금 6살, 3살 두 딸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함께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며 "그래서 사랑의 온도탑 모금 참여는 둘째가 태어난 3년 전부터 가족들 이름으로 꾸준히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거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분들을 위해 개인이 작게나마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면 그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기부자들은 작은 나눔으로 큰 기쁨과 행복을 얻고 지금 당장은 도움을 받는 상황에 계신 분들도 또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종 빛깔합창단.
세종 빛깔합창단.

◆ "같은 다문화 가족 도울 수 있어 행복해요"

다문화·비 다문화 청소년들로 구성된 남세종종합청소년센터 ‘세종 빛깔합창단’은 올해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공연지원금을 기부했다.

올해 창단 이후 합창 재능기부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온 합창단은 이번엔 기부를 통한 나눔에 참여했다. 이들은 청소년시기 봉사·기부활동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법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

이샬롬 새움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같은 다문화 가족에게 기부금이 전달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다"며 "기부금 전달식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고 나눔과 봉사에 대한 기쁨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세종종합청소년센터 관계자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일원으로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나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이 나눔에 대한 경험치가 쌓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나눔 활동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옥 사랑의 열매 계룡시나눔봉사단장
박정옥 사랑의 열매 계룡시나눔봉사단장

◆ "10년 넘게 이어온 기부…나눔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박정옥(68) 사랑의 열매 계룡시나눔봉사단장은 2005년 뇌병변장애로 인한 큰 수술을 받은 이후 봉사와 나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바자회 등을 통한 수익금으로 수술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에 손을 내밀었고 올해도 사랑의 온도탑의 열기를 올리는데 기꺼이 참여했다.

박정옥 단장은 "돌이켜보면 추어탕도 끓여 팔고 바자회도 열고 빵도 굽고 다양한 모금 활동을 해왔다"며 "수익금으로 어려운 분들을 돕고 수술도 하셔서 건강하신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나눔이나 봉사를 서로 앞장서서 하려고 하는 사회 풍토였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나눔에 인색해진 것 같아 아쉽다"며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이 고마움을 표하실 때마다 봉사자도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고 나눔과 봉사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늘어나 그 기쁨을 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준·한유영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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