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한우, 숙성 와규… 고기의 고급화가 대세건만 가끔은 호일을 깐 불판 위에 노릇노릇 구워진 ‘냉동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부담 없는 외식 메뉴로, 주머니가 부실했던 학생 시절 단골 메뉴로 활약했던 냉동 삼겹살은 잠깐 천대를 받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떠오르는 중이다. ‘대덕식당’은 변함없는 맛으로 이 모든 세월을 굳건히 버텨냈다. 내부에 들어서면 할머니 집에 있던 4단짜리 큼직한 자개장이 손님들을 맞는다.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앉았던 건지 삼겹살 기름이 밴 바닥은 반질반질하다. 푸짐한 밑반찬과 함께 지글지글 익
청양 현지인들이 꼽는 맛집인 이곳은 한적한 시골마을 남양면 사무소 옆에 위치한 오래된 노포다. 빨간 지붕과 투박한 간판이 반겨주는 이 곳의 백미는 찌개 백반. 펄펄 끓는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순두부찌개는 직접 만든 다대기로 진한 맛을 자랑하고 된장찌개 역시 멸치를 통으로 넣어 감칠맛과 구수함이 입맛을 돋운다. 각종 반찬들과의 하모니는 덤. 그렇다고 찌개 백반만 주문하면 곤란하다. 술이 술술 넘어가게 만드는 삼겹살, 닭도리탕, 오리탕도 대기중이니 말이다. 앞으로도 청양 주민들의 따뜻하고 든든한 한끼를 오래오래 책임져주길 바란다. /
1996년부터 이어진 무불통막창은 ‘찐’ 충주인들이 인정하는 맛집이다. 이 곳에 들어서면 푸릇푸릇한 나무들과 넝쿨들이 이색적인 맛의 세계로 인도한다. 가게 내부 역시 나무 느낌이 물씬 나는 테이블로 이루어져 숲 속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운치까지 더해준다. 게다가 곳곳에 걸린 ‘맨발의 청춘’, ‘두만강아 잘있거라’ 옛날 영화 포스터를 보며 세월의 흔적을 느끼는 재미는 덤. 활활 타오르는 연탄불과 함께 쫄깃하고 육즙 넘치는 고기를 즐기다보면 자연과 함께 ‘물아일체’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지언 작가*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기찻길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마치 교회 같은 벽돌 건물이 보인다.평범해 보이는 이 건물엔 무려 70년 전통을 이어온 냉면집이 있다.지금은 시어머니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며느리가 가게를 운영 중이다.벽면엔 가게를 시작할 무렵의 흑백사진부터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걸려있어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메뉴는 단 두 개, 물냉면과 만두이다.오이와 계란 지단, 유부, 고소한 깨까지 고명을 풍성하게 올린 메인메뉴인 냉면은 시원하고 새콤한 맛을 자랑한다.육수의 비결은 해초를 이용해 매일 3~4시간씩 만드는 정성이다.자극적인 맛이 판치는 요즘,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난 뒤엔 문방구를 꼭 들려야 했다.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과 같달까.진열대에서 아폴로, 쫀디기, 브이콘 등 갖가지 불량식품들을 고심 끝에 골라내곤 입에 한가득 넣고 가게 앞 오락기에 앉곤 했다.생각해 보면 문방구는 정말 없는 게 없었다. 학교 체육복부터 슬리퍼, 미술용품, 학용품, 장난감, 과자까지….오죽했으면 많은 친구들의 꿈이 문방구 사장님이었을까.지금은 대형마트·인터넷 쇼핑몰에 밀려 남은 곳이 몇 없다.그럼에도 대문초등학교 앞 새한문구는 3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간판의 둘리까
대전 유성엔 1975년 개업해 5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집이 있다. 이곳은 무려 유성시장이 생기기도 전에 먼저 생긴 곳이다. 이곳에선 중국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은 모두 아는 진짜배기 메뉴 ‘덴뿌라’를 판다. 오래된 기름을 사용할 수 없고 소금과 후추로 승부하는 덴뿌라는 ‘장인’만 할 수 있는 끝판왕 중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요새는 도통 볼 수 없는 세로로 쓰인 메뉴판에서부터 고수의 향기가 느껴진다. 덴뿌라뿐만 아니라 중국음식의 기본인 짜장면, 짬뽕, 볶음밥까지 더할 나위 없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다. 온갖 좋은 재료를
오늘처럼 찬바람이 불고 마음이 스산해질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밥이다.신설집은 1984년부터 세종시 부강면에 터를 잡고 약 40년간 순대 외길을 걸어왔다.국밥을 시키면 기다리면서 드셔보라고 간, 허파 등 맛보기 음식이 서비스로 제공된다.벌써 어마어마한 내공이 느껴진다.뚝배기에 담겨 나온 국밥을 한 모금 들이켜니 추웠던 몸이 녹아내린다.진하디 진한 국물은 마치 우리네 삶이 녹아있는 듯한 맛이다.돼지 잡내가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인장의 솜씨를 알 수 있다.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대표적인 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소제동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빛바랜 간판을 달고 있는 정겨운 슈퍼 하나가 보인다.바로 ‘청양슈퍼’이다.청양 칠갑산 아래에서 태어난 주인 아저씨가 대전으로 이사 와 고향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청양슈퍼는 자식들이 모두 철도공무원으로 장성할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마트처럼 실속 있는 상품을 팔진 않지만 군것질이 귀하던 시절 막대사탕을 슬쩍한 꼬마를 눈감아주던 온정과 엄마 심부름으로 콩나물을 사러가면 항상 덤을 주던 인심은 마트에 비할 수 없다.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
밖에 나와 살다 보면 고급 레스토랑의 산해진미보다 간절한 음식이 바로 집밥이다.손맛이 그리울 때 도비산 아래 ‘도비산 가든’을 찾아가자. 세월이 켜켜이 쌓인 소박한 가게는 언제 와도 마음 편한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한다.이곳에서는 꼬리를 흔들며 손님을 맞는 귀염둥이 마스코트 ‘영구’도 볼 수 있다.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매콤 칼칼한 맛을 자랑하는 아귀찜, 향이 살아있는 부드러운 시래기로 지은 솥밥, 멸치를 넣고 우린 깊은 맛의 묵은지찌개, 구수함이 일품인 청국장까지 제대로다.이 많은 걸 먹고도 여전히 허전하다고?그렇다면 음식보다
호떡은 대표적인 겨울철 길거리 음식이다.그러나 청주에는 사계절 내내 호떡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중앙공원 앞 익살스러운 호떡 모양의 조형물이 지키고 있는 작지만 알찬 가게 ‘쫄쫄호떡’이다.호떡을 굽는 철판을 밖에다 내놓고 팔기 때문에 가게 앞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거부할 수 없는 기름지고 달달한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손에 따끈따끈한 호떡이 들려있다.한 입 베어물면 귓가에 바삭, 소리가 난다.다른 호떡과 달리 안에 들어있는 꿀이 흐르지 않는다.‘겉바속촉’의 정석이다. 왜 호떡은 길에서 먹어야 제일 맛있을까.걷다가
예전에는 졸업식 날 짜장면을 먹으러 가고는 했다. 그런 날이면 부모님께서는 일반 짜장면이 아닌 간짜장이나 탕수육을 시켜주셨다. 새로운 시작을 맞게 된다는 설렘 덕분인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던 추억의 맛을 상기하게 되는 곳이 있다. 58년의 세월을 묵묵히 버틴 ‘번안반점’이다. 노력의 결실로 ‘생활의 달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곳의 간짜장은 특이하게 일반적인 춘장이 아닌 두부장이 들어간다. 달고 기름진 맛보다 담백한 고유의 맛을 살렸다. 탕수육 또한 찹쌀 탕수육이 아닌 그 옛날 동네 중국집 탕수육이다. 그때는 몰랐었다. 졸업 후 어
입추가 지났지만 아직은 날씨가 후덥지근하다.올여름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대들보 함흥면옥’에 가보는 건 어떨까.이곳은 1956년에 소박한 냉면집으로 문을 연 후 3대째 대를 이어 66년이라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입구에서부터 옛날 공중전화기가 놓여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세월이 더해진 덕인지 목구멍을 타고 술술 넘어가는 육수는 그 깊이가 남다르다.화려한 고명보다 정통으로 승부하는 맛은 역시 장인의 솜씨답다.냉면 못지않게 야들야들하고 달큼한 불고기도 유명하다.진정한 냉면의 맛을 즐기려면 겨울에 즐기라고 했던가.얼마 남지 않은
대전역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아주 특별한 콩나물밥집을 만날 수 있다.오래된 골목 안 오래된 식당인 ‘왕관식당’이다.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의 외관과 콩나물을 자동으로 연상케하는노란색 간판은 오래된 맛집임을 알려주는 듯 하다.이 집의 콩나물밥에겐 환상의 짝꿍이 있다.바로 한우 육회다. 육회를 한접시 시켜 콩나물밥과 같이 비벼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놀랍게도 이 식당은 점심 2시간밖에 장사를 하지 않는다.그럼에도 손님들이 줄을 선다.그 비결은 근 50년간 3대째 이어온 한결같은 맛과 저렴한 가격이 아닐까.정말 귀하디 귀한 콩나물밥
조치원에는 까칠한 츤데레 할아버지가 주방을 지키는 특별한 떡볶이집이있다.근처 고대생들의 소울푸드 닭떡볶이 가주인공이다.2명이서 1인분만 시켜도 되는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이곳의 떡볶이는 닭볶음탕과 즉석떡볶이의 중간 어디쯤이다.하지만 맛도 중간일 거라는 오해는 금물.감칠맛 나는 양념이 쏙쏙 배인 닭고기와 달달한 고구마, 만두와 라면사리는 마치 합주를 하듯 입안에서 하나가 된다.배가 터질 것 같아도 한국인의 후식 볶음밥을 놓칠 수는 없다.알아서 해 먹어라 는 주인 할아버지의 뜻을 따라 참기름 넣고 볶은 셀프 볶음밥에 김가루를 뿌리면 완
예전엔 꼭 사러 가야 할 게 있어야만 시장에 가는 게 아니었다.사람 냄새를 느끼러 가는 곳이었다.마트처럼 정갈하진 않아도 보는 재미 쏠쏠한 좌판을 구경하다 보면 배가 고파진다.그럴 때 간절히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시장에서 파는 국밥이다.전국 어느 시장이나 국밥집 하나는 있기 마련이지만 한우로 이름난 홍성의 ‘70년 소머리국밥’은 좀 특별하다.칼칼하면서 매콤한 빨간 국밥은 얼큰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하얀 국밥은 든든하다.국밥의 영원한 단짝 깍두기와 김치도 일품이다.이미 유명한 탓에 여러 방송에도 나오고 미식가로 알려진 신동엽이 극찬한
흔히 쫄면하면 비빔국수를 생각하기 쉽다.그런데 옥천에는 조금 색다른 쫄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뜨끈뜨끈한 멸치육수에 다진 고기, 유부, 쑥갓, 계란지단 등 풍성한 고명이 올라간 ‘물쫄면’을 파는 곳. 바로 풍미당이다.이곳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주민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준 토박이들만 아는 ‘찐맛집’이었다가 방송을 타고 유명해졌다.치자를 섞은 노란 자가 제면과 2년 묵힌 멸치로 우려낸 국물이 비법이다.입에 넣기 전 꼭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절대로 면을 가위로 자르면 안 된다는 사실.일반 면과 달리 쉽게 불지 않는 게 장
로제, 차돌박이 등 온갖 화려한 수식어를 붙인 떡볶이가 유행이지만 정작 그 옛날 학교 앞 분식집에서 이쑤시개로 콕콕 찍어가며 먹던 떡볶이는 먹기 힘든 세상이다. 그 많던 동네 분식집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씁쓸해 할 필요 없다. ‘희망휴게실’에 가면 된다. 마치 할머니 댁에 온 착각마저 들게 하는 살림살이 가득한 정겨운 가게에 들어서면 인상 푸근한 주인 아주머니가 반겨주신다. 너무 맵지 않은 윤이 나는 달달하고 푹 퍼진 떡볶이는 친구들과 나눠먹던 바로 그 맛이다. 호호 불며 먹다 보면 콧등에 땀이 맺히고 구수하고 시원한 우엉차로
온 세상이 푸르른 계절, 가게를 둘러싼 울창한 포도나무가 우릴 반긴다.북적거리는 인파 속에서 여름을 실감하는 사이 어느덧 순번이 다가왔다.할머니가 솥에 삶아주시던 백숙처럼 푹 익힌 닭수육은 입에 들어가는 즉시 녹을 정도로 살이 부드럽다.닭수육의 진한 육수는 밀냉면에도 쓰인다고 한다.드디어 주인공인 밀냉면이 등장했다.오이채, 무 절임, 배는 감칠맛을 돋우고 얼핏 심심하게 느껴지는 육수는 먹다 보면 그 진하고 담백한 깊은 맛에 헤어 나올 수 없다.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착한 가격을 지키고 있는 신정식당. 덕분에 올여름은 시원하게 지낼
지금처럼 바깥 음식을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큰맘 먹고 외식을 할 경우 인기 메뉴 1위는 단연코 ‘돼지갈비’였다.지금은 손가락 하나로 산해진미를 먹을 수 시대가 됐지만 가끔씩 그때 그 돼지갈비가 생각날 때가 있다.그럴 땐 1979년 문 연 ‘대전갈비집’을 찾으면 된다.손질부터 숙성까지 사장님이 직접 하는 갈비는 자극적인 맛과는 거리가 멀다.적당히 달달한 양념은 고기 본연의 고소함을 살려줘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다.국내산을 고집하면서도 1인분에 9천 원이라는 착한 가격도 옛날 그대로다.지글지글 익어가는
화지시장 외곽을 거닐다 보면 비뚜름한 ‘ㅇ’을 달고 있는 투박한 간판을 마주치게 된다.실내에 들어서면 정겨운 외부 모습만큼이나 세월이 흔적이 물씬 풍기는 광경이 보인다.부엌에 자리 잡은 무쇠솥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상인들과 손님들의 배를 채워줬을까.푸짐하게 올라간 소머리와 밥이 말려 나오는 맑고 개운한 국물을 한입 가득 입안에 퍼 넣으면 뜨뜻한 기운이 온몸에 퍼진다.거기에 아삭아삭하고 새곰한 깍두기까지 씹으면 어느새 한 그릇 뚝딱이다.인자한 웃음 가득한 노부부에게 잘 먹었다 인사드리곤 배를 두드리고 나서면 오늘 하루 잘 살아볼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