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나 찬찬히 곱씹어보면 그들의 인생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른 뒤 지난 삶을 돌아보면 저마다 남다른 우여곡절을 갖게 되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다. 성공한 삶을 통해 이름을 알린 사람만이 남다른 인생의 굴곡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보통사람, 가까운 우리 이웃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 모두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처럼 사람 냄새는 세상 그 어떤 향기보다 멀리 퍼지고, 오래도록 기억된다. 유명 인사라고 해서 ...
“몸이 불편해지니까 자동차에 몸을 싣는 것조차 장벽이 됩디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쉽게 차에 오르내릴 수 있는 기기를 발명하기로 했죠. 내 전공이 자동차공학이니까.” 최근 만난 정태훈(57·사진) 중부대 자동차관리학과 교수는 전동의자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중부대 학생처장 보직을 맡는 등 활달하던 그는 일 순간 사고로 목 아랫부분이 전부 마비됐다. 불의의 사고는 지난해 2월 찾아왔다. 집 근처 산책을 나갔다가 빙판길에 발을 디딘 순간 미끄러져 4~6번 경추를 심하게 다쳤다. 게다가 정 교수의 담당의사는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
“몸이 아파도 ‘봉사’할 생각만하면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 최순자 대전시 문화1동 부녀회장(57·사진)은 마을 독거노인들과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매니저다. 최 씨는 1주일에 한 번, 독거노인들의 집을 방문해 집 청소와 냉장고 청소는 물론,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춘 밑반찬을 만들어 정성스럽게 내놓는다. 최 씨는 단순히 반찬을 만들고, 집 청소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마음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1...
켜켜이 쌓여가는 선행의 가치는 후대에 이어지면서 빛을 발한다. 나 혼자가 아닌 내 자식, 그 자식의 자식까지 이어지는 가치가 더 많은 사회 곳곳에 따스함을 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중부경찰서 소속 배도명(44·사진) 경사는 이런 면에서 ‘1등 선행가’라 할 만하다. 선행이나 봉사의 양을 떠나 자신의 아들 광선(전문초 6학년) 군과 선행을 나누고, 또 봉사의 ‘참 맛’을 전한다. 배 경사와 광선 군은 지역의 ‘대전봉사체험교실’과 함께 2년 전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배 경사는 봉사체험교실 소속 모두가 칭찬받아 ...
최근 서울지역 한 아파트 관리원(경비원)의 분신사망 이후 아파트관리원에 대한 처우와 주민 간의 관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늘 을(乙)의 입장에서 주민의 사소한 불평까지 받아내며 꿋꿋하게 초소를 지키는 이들로 인식되는 아파트관리원이지만 능동적으로 주민을 찾아다니며 일손을 빌려준다는 주민의 칭송이 자자한 관리원이 있어 대전 대덕구 법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밤새 내린 눈으로 얼어붙은 아파트 입구와 주차장 제설을 마치고 돌아왔다며 푸근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아준 주인공은 이 아파트 관리원 이희선(58·사진) 씨. 이 씨는 15년...
“청년 스스로의 힘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공동체’를 대전에 만들고 싶어요. 세상과 다른 잣대로 살아도 암울하지 않은 미래를 ‘바로 지금 이곳’에 우리 손으로 만들래요.” 이태호(26) 씨는 지역의 평범한 20대 청년이다. 고등학교 땐 수능을 위해, 대학 땐 취업을 위해 ‘청춘을 저당잡힌’ 젊은이, 빛나는 꿈을 손에 들고도 엄혹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로 ‘어쩔 줄 몰라’ 절망하는 지금 이 시대 젊은이다. 그 역시 오랫동안 남들 가는 데로 걷는 길이 꿈을 이룰 유일한 방법이라 여겼다. “사람들이 즐기고, 성장할 수 있는 도시 ...
"제게 주어진 10분으로 우리의 이웃이 1년의 행복을 이어갈 수 있다면 기꺼이 움직여야죠." 이상훈 한국한의학연 선임연구원(38·사진)에게 1년 365일이라는 시간은 남들보다 짧다. 주중엔 한의학 연구, 주말엔 남을 돕는 봉사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린다. 원광대 한의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2007년 광주에 한의원을 개원했지만 한의학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3년 만에 과감히 접었다. 이후 한의학연 선임연구원으로 현재 민간요법을 기록해 보존하는 사업과 부항기·전침기 세계 표준 구축에 힘쓰고 있다. '원장님'에서 '봉급쟁이'가 되면서 그...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도안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모여 준비했어요.” 대전 도안신도시에서 도안마을신문을 발행하는 허광윤(41·사진) 씨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마당에 모여 얽히는 마을”을 도안에 꿈꾼다. 빼곡한 아파트 속 사람은 가득하지만 서로 이웃이긴 어려운 도시인들의 삶. 그 속에서 허 씨는 도안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으로 ‘도안마을신문’을 만들었다. 지난달 창간호를 시작으로 이번달 2호까지 발행됐다. 마을신문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이 손수 8000부의 신문을 접어 주민들 집집마다 나...
“봉사를 하게 된 계기요? 쑥스럽지만 저한테는 남들처럼 거창한 계기라는 게 없어요. 그냥 하나 둘 접하게 되다보니 좋은 인연이 이어져온 것 뿐입니다.” 누리재활원, 오순절평화의마을, 삼일육아원, 국학원, 적십자 희망풍차에 현혈 기부까지, 그는 거창하지 않다고 소개했지만 참여하는 봉사 활동이 무려 6곳이다. 꾸준히 봉사를 해온 기간도 어느새 5년째다. 대전국세청에는 숨겨진 봉사의 귀재가 있다. 법인신고분석과 김민수 계장이 바로 주인공이다. “국세청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나가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어찌하다보니 5년 이상 후원을 하게...
김인숙(44·사진) 마음의정원 심리센터장은 춤과 노래를 통한 치유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대전 서구 둔산동의 마음의정원 심리센터는 학교폭력 가·피해 학생들을 일정기간 동안 맡아 가르치는 비영리 위탁교육기관으로 이곳에서 아이들은 춤을 추고, 기타를 치고, 노래와 마술을 배우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그런 과정을 통틀어 ‘예술치료’라 일컬었다. 사람의 아픈 마음을 치료하는 ‘묘약’이 예술 속에 숨어 있다고 그녀는 믿는다. 김 센터장은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대학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좋아한 무용이었다. ...
받은 게 많아 베푼다는 것.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당연한 ‘마음’일 수는 있어도 그 ‘실천’이 당연하지는 못할 수 있다. 이런 당연한 마음을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의사들이 있다.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충청외과 김찬기·김영일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김찬기 원장은 지역 소외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영양제’ 주사를 놓는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고, 김영일 원장은 지역 청소년들에게 ‘의사의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체험 캠프’를 운영하는 외과 의사들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펼치는 봉사를 최고로 여기는 두...
“제가 한 활동은 절대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일이 아닙니다.”대전 대덕구 오정동과 유성구 노은동에서 유통 도소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두리유통 최영환 대표(50·사진)는 연신 취재를 거부했다. 자신의 봉사활동을 칭찬하는 주변의 시선이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다는 이유다.최 대...
어려서 부모님을 여읜 그는 수많은 고생 끝에 지금의 기반을 다졌다. 누구보다 힘들게 번 돈을 그는 이제 누구보다 가치있게 쓰고자 한다. 바로 충남사랑의열매 고액(1억원 이상)기부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최근 가입한 박규년(55·공주시 의당면) 사계절육묘장 대표다. 그는 ...
장애를 가진 한국 남자와 베트남 여자의 결혼식 날. 2005년 초겨울, 아직 푹한 날씨인데도 하늘에선 첫눈이 내렸다. 이들을 위해 야외 결혼식을 준비한 우송정보대 호텔관광학부 학생들은 부랴부랴 인근 체육관을 찾아 식장을 꾸몄다. 체육관 식장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우호...
먹고 살기 빠듯하다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올 만큼 서민 경제가 힘겹기만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으니 나보다 못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본다는 생각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그러나 ‘봉사’야 말로 이웃과 소통하고 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행복한 일임을 세상에 알리고 있는 ...
"무너진 몸 속의 기(생체에너지) 균형을 바로잡으면 부작용 없이 병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전국을 돌아다니며 20여년 간 기 치유를 펼치고 있는 토션필드 정재삼 대표의 말이다.충남 논산 출신의 정 대표는 '기, 즉 에너지는 회전·순환한다'는 점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을까’라는 마음에 봉사활동을 시작했다.활동 초반, 장애인 복지시설과 노인 요양시설을 돌며 비위가 상한 적도 있고, ‘이걸 어쩌나’ 하며 도망도 다닌 적이 있었다. 지금은 노인 목욕봉사는 물론 어르신들의 ‘변을 받아내는 ...
“제가 가난하고 소외돼 봐서 그 마음을 알아요. 그러니 어떻게 돈 한 푼 더 모으자고 나 혼자만 잘살아요. 마음 불편해서 그렇게는 못 살아요.” 그는 진정으로 탁월하다.성실과 선함의 완벽한 어울림이 ‘탁월함’이라면 태평동 ‘야채 요정’ 임승군(46) 씨는 단연코 탁월한...
“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예술을 사랑했던 미대생이 취미로 시작한 제빵에 홀려 베이커리까지 차리게 됐다. 10년의 노력 끝에 첨가제를 넣지 않은 빵을 만들어 ‘착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누브 팩토리’ 대표 경태희(44) 씨가 그...
그는 한국에서 생애 첫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나 확인한 그의 핸드폰에는 문자가 한가득 와 있었다. 이 소식을 뒤늦게 알고 지인들이 보낸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그의 안부를 묻고,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그의 이름은 가브리엘(28).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