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원 이희선 씨
이웃들 대화단절 안타까워
게시판에 ‘소통의 글’ 적어
층간소음분쟁도 사라지고
감사·사랑등 ‘친필댓글’도

최근 서울지역 한 아파트 관리원(경비원)의 분신사망 이후 아파트관리원에 대한 처우와 주민 간의 관계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늘 을(乙)의 입장에서 주민의 사소한 불평까지 받아내며 꿋꿋하게 초소를 지키는 이들로 인식되는 아파트관리원이지만 능동적으로 주민을 찾아다니며 일손을 빌려준다는 주민의 칭송이 자자한 관리원이 있어 대전 대덕구 법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밤새 내린 눈으로 얼어붙은 아파트 입구와 주차장 제설을 마치고 돌아왔다며 푸근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아준 주인공은 이 아파트 관리원 이희선(58·사진) 씨.

이 씨는 15년간의 직장생활 이후 수차례의 개인사업을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모르는 이의 죽음이지만 최근 동종업계의 동료의 사망을 두고 이 씨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아파트관리인에 대한 처우와 대우를 높이기 위해 능동적으로 할 일은 없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아파트에 처음 와보니 층간 소음으로 인해 위아랫집이 매일 싸우고, 서로 인사도 안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다”며 “혹시 이웃 간 서로 배려하고 감사하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조금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생각한 방법이 엘리베이터 옆 광고판에 친필로 좋은 글귀를 적어 붙이는 다소 간단한 일이었다. 7개월 전부터 시작한 이 일은 ‘드라마처럼’ 아파트 분위기를 바꿔놓았다고 했다. 주민들이 이 씨의 글 아래 ‘감사하다’, ‘행복하다’, ‘사랑한다’ 등의 ‘친필댓글’을 달아주기 시작했고, 이제는 이것이 주민 간 소통의 장이 됐다는 것이다.

이 씨는 “거창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행복나눔 365일’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시작했는데 이걸 하고난 뒤 층간소음 분쟁이 거짓말같이 사라졌다”며 “아파트 주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침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행복나눔 365일 프로젝트를 실천하면서 이 아파트가 새로운 집이 됐고, 주민은 가족이 됐다는 느낌에 매사가 행복하다고 했다.

“저는 일이 끝나면 집으로 퇴근하고, 집에서는 또 다른 집인 이곳으로 퇴근하지요. 이곳에 형님, 누님들, 아들, 딸, 며느리, 사위에 손자, 손녀가 많이 살고 있는 셈이지요. 어쨌든 저의 임무는 저의 다른 식구들이 각자의 집에서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관리인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우리 주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최고의 관리인이 되고 싶어요.”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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