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대전 ‘누브 팩토리’ 경태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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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맛이 살아있는 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요.”

예술을 사랑했던 미대생이 취미로 시작한 제빵에 홀려 베이커리까지 차리게 됐다. 10년의 노력 끝에 첨가제를 넣지 않은 빵을 만들어 ‘착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누브 팩토리’ 대표 경태희(44) 씨가 그 주인공. 빵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스트’ 조차 사용하길 꺼려하는 그는 재료가 지닌 맛 하나를 믿고 빵을 만들고 있다. 재료의 맛으로 승부하다보니 자연스레 유기농 식자재를 사용하게 됐고 버터 하나, 호두 하나 허술히 넘기는 법이 없다.

“몸에 아토피 기운이 있어서 첨가제가 많이 들어간 빵을 먹으면 바로 뾰루지가 올라오더라고요. 내가 만든 빵인데 내가 먹고 탈이 나면 안 되니까 첨가제를 넣지 말자고 생각했죠.”

그 단순한 생각이 큰 결심으로 바뀌는데 까지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제빵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계량제, 유화제를 넣지 않는 것은 어려웠다. 덕분에 그는 욕심과 오기가 생겼다.

남들은 비싸서 사용하지 못하는 식자재에 손댔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첨가제가 없는 빵을 만들었다. 결국 문제는 재료, 또 재료였다. 대전에선 도저히 구할 수 없어 탁송비까지 들여가며 전국의 재료상을 통해 재료를 공급받았다.

먹물 하나를 쓰는데도 비린내가 안 나는 먹물을 찾기 위해 각국의 먹물을 맛봤다. 덕분에 재료값은 많이 썼고 직원들은 힘들어 했다.

28평 남짓의 작은 가게에 직원만 여섯, 인건비도 주기 빠듯한 상황에 원재료 값 비중이 너무 크다보니 거짓말 조금 보태 ‘남는게 하나도 없을 정도’다. 게다가 경 사장은 고집스럽게 만든 ‘건강한 빵’을 지역 복지시설과 나누며 작지만 큰 나눔에도 동참하고 있다.

빵이 좋아 시작한 일인만큼 그 빵으로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싶다는 신념 때문이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를 위해 먼 걸음 달려와 경 사장이 만든 빵을 사가는 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신념을 더욱 굳건해 졌다.

경태희 사장은 “단순한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변형도 좋지만 지키고 싶은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며 “덕분에 빵에 홀려 살다보니 혼기까지 놓쳤지만 빵과 결혼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앞으로도 만드는 사람도 행복하고 먹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그런 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 무엇’을 지키는 그의 고군분투가 계속되길 바란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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