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일이 있어 케이크를 샀다.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에 혼자 앉아 있었다. 한 할머니가 오셨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거셨다. 뒤이어 “언니, 바쁘쥬? 그냥 했어~ 아니, 그냥~ 했어요" 하시더니 끊으셨다. 정적이 흐른 뒤 할머니가 걸음을 옮기셨다. 기다리던 차가 온 모양이었다. 버스 계단을 오르던 할머니가 갑자기 뒤돌아 나를 보셨다. 그러더니 “아이구 생일인갑네. 축하해요~”라고 말하곤 떠나셨다. 낯선 어르신의 축하에 얼떨떨해졌다. 참고로 생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윽고 먹먹해졌다. 할머니는 ‘말’이 그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 사내가 있다. 그의 모친은 사내를 낳은 지 7일 만에 사망했다. 9살이 되던 해엔 머슴이던 부친마저 세상을 떠났다. 사내는 다른 양반집에 머슴으로 보내졌다. 10대 중반엔 머슴 생활을 청산하고 나팔수로 입대한다. 그러다 열악한 처우를 못 견디고 탈영한다. 제지소에서 일을 하다 악덕업주를 살해한다. 도주한 뒤 승려가 된다. 절에서 글을 깨우치고 역사를 배운다. 거기서 비구니던 부인도 만나 환속한다. 그 뒤 산포수로 연명한다. 그때부터 총으로 명성을 날린다. 어느 정도냐면, 먼 거리에서 총을 쏴 유리병의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꼬마 녀석이 자꾸만 '맴맴' 거린다. 얼마 전, 창문에 매미가 붙어있었다. 곧 날아갔기에 동거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에겐 강렬했나 보다. 자꾸만 손으로 창문을 가리킨다. 그리곤 '맴맴'하고 흉내를 낸다. 그 소리는 매미와의 이별이 아쉬운 울음 같기도 하다. 또는 떠난 매미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는 부름 같기도 하다. 매미는 본의 아니게 우리 아들마저 홀렸다. 엉뚱한 곳에 구애를 하고 떠났다.☞내게 매미는 그저 시끄러운 존재였다. 여름만 되면 울었다. 고막을 파고드는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그나마 '방콕'이 덜 심심하다. 도쿄올림픽 덕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찌 됐건 진행 중이다. 관중의 준비물은 캔맥주와 소파다. 그거면 충분하다.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일희일비'한다. 그 순간만큼은 '선수'가 된다. 그저 한국인이기에 한국을 응원한다. 국민 대부분이 이렇다. 함께 응원할 순 없지만 마음으로 함께한다. 올림픽에 희로애락이 있다. 교훈과 감동의 드라마다. 많은 걸 배운다. 그중 하나는 메달은 값지지만 전부는 아니란 거다.☞물론 승리는 좋다. 그중 금메달 4개를 휩쓴 양궁을 빼놓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모자를 사러 갔다. 뚜벅이로서 여름은 고역이다. 조금만 걸어도 불쾌해진다. 해가 갈수록 고온다습(高溫多濕) 하다. 동남아로 강제 여행 온 듯한 기분도 든다. 푹푹 익어가니 모자 구매 욕구가 샘솟았다. 출퇴근길, 양산은 거추장스럽다. 머리라도 지키고 싶었다. 모자가 최선이었다. 밀짚모자가 있지만 그건 휴가용으로 구분 지었다. 사랑스러운 밀짚모자를 회사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다. 출근 기억을 '씌워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빨간 모자를 샀다. 그냥 끌려서 샀다.☞남편은 내게 화가로 전직(轉職)할거냐고 물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살면서 꼭 걸러야 할 인간들이 있다. 가까이 두면 절대 도움이 안 된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 크게 딱 두 부류다. 첫 번째 유형은 '뻥쟁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진심이 없으니 맨날 말이 달라진다. 사람·상황에 따라 바뀌는 건 당연지사다. 웃긴 건 스스로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 일단 던지고 보는 거다. 두 번째 유형은 '희망쟁이'다.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희망고문한다. 안될 걸 알면서도 남에게 자꾸 희망을 심어준다. 그러다 결국 절망하게 한다. 더 무서운 건 그들은 너무 착해 보인다는 거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오늘이 낯설 때가 있다. 어제와 별다를 바 없는 하루인데도 그럴 때가 있다. 보통 새해가 됐을 때, 그런 기분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해가 바뀌지 않았음에도 오늘이 낯설다.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 것만 같다. 오늘은 7월 1일이다. 새로운 거리 두기가 시작되는 날이다(수도권 제외).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제한이 풀린다. 사람들을 숫자놀이에 빠지게 한지 6개월 만이다.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도 사라진다(거리 두기 2단계까지). 또 백신 1차 접종 자는 공원·등산로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사야 할 물건을 깜빡 잊고 귀가해도 걱정 없었다. 급작스럽게 필요한 아이 준비물도 당황스럽지 않았다. '쿠팡'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릭 한 번이면 내일 온다. 어떤 건 새벽에 온다. 솔직히 너무나 편리했다. 바보같이 그 편리함만 보고 살았다. 민낯을 들여다보니 화가 났다. 내 편리함은 누군가의 불편함이었다. 내 만족감은 누군가의 부당함이었다. 단축된 배송 시간은 누군가의 휴식을 빼앗은 시간이었다. 로켓 배송을 위해 노동자들은 과로했다. 1년간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9명이다. 지난해, 한 청년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민심이 흉흉하다. 국민 모두가 전쟁터에 있다. 여전히 병마와 싸운다. 생계와 생존을 위해 고민한다. 살아갈 곳(宙)과 살아갈 방법(生)은 늘 난제다. 촛불 정신은 그저 정략(政略)이었다. 촛불에 탔다. 민심이 녹았다. 착한 가면에 속았다. 마음이 피폐해져 쉽게 현혹됐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이상(理想)이 아니고 그냥 이상(異常)했다. 변화를 갈망한다. 바람이 모여 이준석 바람이 분다. 이는 정부를 향한 역풍(逆風)이다.☞백신을 백방으로 구한다. 그나마 믿을 건 그것뿐이다. 차례를 기다리기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2002년을 품고 있다. 6월, 한·일 월드컵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그만큼 뜨겁고 강렬하다. 모든 기록은 최초이자 최고였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이었다. 21세기 첫 월드컵이었다. 공동 개최도 처음이었다. 우리나라는 4위를 하며 최고 성적을 냈다.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그래서 2002년은 더 잊을 수 없다. 거리마다 붉은 물결이었다. 모두가 붉은 악마였다. 응원은 일상이었다. 지금도 박수 다섯 번을 치면 몸이 저절로 반응한다. 우린 하나였다.☞태극전사는 영웅이었다.
☞대학 시절, 일부 선배들의 과거사를 무한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행복한 캠퍼스 이야기는 극히 일부였다. 대부분은 군기 문화의 근현대사였다. 항상 시작은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였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까라면 까야 했다”·“이러면 조인트(정강이) 까였다”였다. 그 선배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중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넌 지금 편하게 학교생활하는 거야"라는 일종의 질투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난 그 시절을 버텨냈어”라는 일종의 과시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 왠지 주눅이 들었다. 지금은 그 선배들이 꼰대였음을 안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인연이란 게 참 놀랍다. 작년, 필라테스를 배웠었다. 어느 날 가니 남자 수강생들이 있었다. '요즘엔 남자들도 많이 한다던데 진짜구나'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뜬금없는 남편 친구의 전화였다. 대뜸 "집에 가?"라고 물었다. 알고 보니 남자 수강생 중 한 명이 남편 친구였다. 순간적으로 뭔가 부끄러웠지만(?) 필라테스를 배우는 그의 용기를 칭찬해 줬다. 그 뒤 어느 날 아리따운 필라테스 강사 소개팅을 주선하게 됐다. '필라테스'란 말에 그 오빠부터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