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그나마 '방콕'이 덜 심심하다. 도쿄올림픽 덕분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찌 됐건 진행 중이다. 관중의 준비물은 캔맥주와 소파다. 그거면 충분하다.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며 '일희일비'한다. 그 순간만큼은 '선수'가 된다. 그저 한국인이기에 한국을 응원한다. 국민 대부분이 이렇다. 함께 응원할 순 없지만 마음으로 함께한다. 올림픽에 희로애락이 있다. 교훈과 감동의 드라마다. 많은 걸 배운다. 그중 하나는 메달은 값지지만 전부는 아니란 거다.

☞물론 승리는 좋다. 그중 금메달 4개를 휩쓴 양궁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양궁팀은 여자 단체전 9연패·남자 단체전 2연패라는 진기록을 썼다.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선보인 혼성전에서도 정상에 섰다. 여자 개인전도 1위를 거머쥐었다. 양궁 경기를 볼 때면 손에 땀이 났다. 선수들이 10점을 쏠 때마다 짜릿했다. 과녁뿐만이 아니라 내 심장도 저격 당하는 기분이었다. ‘도마의 신’ 신재환의 깜짝 금메달에도 놀랐다.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도 빼놓을 수 없다. 역전극을 쓰며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걸었다.

☞패배도 아프지 않다. 이번 올림픽에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올림픽은 본래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의의를 둔다.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이라는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즐긴다. 황선우는 자유형 100m에서 5위를 기록했다. 그래도 의미 있다. 준결승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다이빙 선수 우하람은 4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 최초 결승 진출이자 최고 기록이다. 한국 육상 높이뛰기에서 우상혁은 4위에 올랐다. 그리고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이 선수들은 메달이 없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후회 없이 경기했고 후련하다고 이야기한다. 진정한 올림픽이다. 그들의 ‘웃음’이 마음을 ‘울린다.’

☞신조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에서 인생의 자세를 배운다. 성취만큼 성장도 중요하다. 결과만큼 과정을 봐야 한다. 정상에 오르지 못해도 걸었음에 의미가 있다. 포기하지 않아 멋있다. 목의 메달이 아니라 목덜미에 흐르는 땀방울이 값지다. 그들에게 희망도 배운다. 다음을 말하는 호쾌한 웃음에 마음이 상쾌해진다. 얼마 전 기사에서 본 730g 초미숙아 '희망이' 도 떠오른다. 희망이는 작디작은 몸으로 힘든 수술·치료를 견뎌냈다. 지금은 3.31kg로 성장했다. 마음이 뭉클하다. 그래, 포기만 안 하면 된다. 김윤주 편집팀장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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