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 나탈리 에노
영화의 원리를 발명한 미국의 에디슨과 영화를 대중화시킨 프랑스 뤼미에르 형제, 영화의 원조를 규정함에 있어 더러는 국가의 자부심을 걸고 팽팽하게 맞서기도 한다.

이보다 더 일찍 개발된 사진 분야에서는 발견, 발명, 지원과 보급역할이 모두 프랑스인이어서 논쟁은 덜하지만 니엡스, 다게르 그리고 아라고 같이 사진장르 개발에 기여한 사람들의 역할분담은 나름 의미 있다. 그 중 다게르의 공헌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데 19세기 전반기 사진대중화가 가져온 문화발전과 삶의 변화는 특히 다게르의 집요한 의욕과 탐구가 이룩한 결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 후 나다르, 브레송 그리고 드와노 같은 걸출한 프랑스 사진작가들의 작업은 이런 튼실한 사진 역사의 전통 위에서 가능하였다. 20세기 후반 이후 특히 여성 사진작가들의 활약이 주목할 만한데 2월 15일까지 대전 이공갤러리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는 나탈리 에노의 경우 독특한 개념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배우를 포함한 예술가들의 일상과 작업 두 범주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소피 마르소<사진>를 비롯한 프랑스 인기인들을 지근거리에서 근접 촬영하여 스크린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각도로 삶의 순간, 표정변화를 담아낸다. 영화제작 스탭의 한 분야인 스틸작업과는 다른 개념으로 감독과의 콜라보 형태로 이루어진다.

파파라치들이 찍어대는 급박한 원거리 샷이 따라올 수 없는 안정적인 구도에서 오는 편안한 느낌은 이런 오랜 경륜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20대 초반으로부터 올해 50세가 되는 프랑스 국민배우 소피 마르소의 성숙과 변화를 일별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지불할 전시회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지역에 사는 즐거움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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