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봉산초안에 작은 세월호' 어른들 잘못으로 1년 넘게 저질급식

대전교육청 감사 결과 발표, 영양교사-조리원 갈등 시발점, 교장·교감·감독청 등 모르쇠
중징계 5명·징계처분 15명

부실급식으로 전국적인 논란을 빚었던 대전봉산초등학교 사태를 두고, 교육계의 ‘작은 세월호’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대전봉산초 부실급식 특별감사를 통해 학교 급식종사자, 학교관리자, 관리감독청 모두에게 잘못이 있었다는 결과를 18일 내놨다.

특감결과를 보면 급식종사자인 영양교사와 조리원은 수개월간 서로 갈등을 빚으며 식단구성이나 배식, 급식 위생관리까지 소홀히 했다. 때로는 준비해야할 식재료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에 학생들은 일부 메뉴를 받지 못하거나 극소량만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은 “주는 대로 먹어라”, “돼지” 등 종사원에 의한 인권침해발언에도 무방비하게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문제는 최소 1년 넘게 지속됐지만, 관리 기관이나 학교측에서도 사태 해결에 손을 놓으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학교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은 문제를 파악하고도 “급식은 전문분야”라며, 아이들의 밥상문제에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 전성규 대전시교육청 감사관(가운데)이 18일 시교육청에서 학교급식 부실 논란을 일으킨 대전 봉산초등학교 불량급식 사태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다 못한 학부모들은 관리감독청인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곳 역시 점검만 수차례 나갔을 뿐 마땅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감독청은 비위생적이라 판단했을 때 보통 견책에서 감봉까지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교육지원청은 딱 한차례 ‘주의’만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1인시위를 벌이면서 외부로까지 알리게 된 이유다.

시교육청은 “영양교사와 조리원 간의 갈등으로 시작돼 불거진 문제”라고 판단했지만, 시교육청 역시 책임론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에 문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한 데다가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잦은 행정번복이나 늑장대처로 교육행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뒤늦게서야 전·현직 교장과 영양교사, 조리원 등 5명에 대한 중징계를 비롯해 관련자 총 15명에 징계처분, 조리원 순환근무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1년 넘게 방치돼왔던 것을 감안하면 전형적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교육계 한 관계자는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던 세월호 사건과 크게 보면 다른 점이 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