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또다시 벌 실종사태… 봉군 57% 폐사
양봉농가 “피해 심각해 일자리 잃은 기분”
道, 피해율 자체조사 후 대안 마련 예정

충남 서천의 한 양봉농가 봉군이 폐사해 벌이 한 마리도 없다. 사진 독자 제공
충남 서천의 한 양봉농가 봉군이 폐사해 벌이 한 마리도 없다. 사진 독자 제공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올해 충남의 벌들이 또다시 사라졌다.

반복되는 벌 실종 사태에도 해결책은 마련되고 있지 않아 충남 양봉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한국양봉협회 충남지회에 따르면 충남과 세종 1281개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달 기준 57%의 봉군이 월동 후 폐사했다.

구체적으로 월동 전 17만 9187군 중 월동 후 10만 3021군이 폐사하고 7만 6166군의 벌만 살아남았다.

통상적으로 1군 당 1만 5000마리의 벌이 들어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최소 15억 4531만 5000마리가 폐사한 것이다.

충남에서 월동봉군 폐사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충남 서천이다. 서천의 월동봉군 폐사 피해율은 74%로, 봉군 10개 중 7개가 폐사했다. 실제 서천에서 44년째 양봉 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노영근(78) 씨도 농가 내 봉군 362군 중 212군이 폐사했다.

노 씨는 "44년 동안 양봉 농가를 운영하면서 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양봉농가들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매년 반복되는 월동 벌 실종의 원인으로는 이상기후, 기생충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벌 집단 폐사는 반복되고 있어 양봉농가의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양봉업계에선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양봉업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용석 한국양봉협회 충남지회 사무국장은 "벌들이 떼죽음을 당하면 양봉업자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는 것"이라며 "양봉업자들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벌 떼죽음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양봉업자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보상 방안을 마련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충남도는 오는 15일까지 자체적으로 월동봉군 폐사 피해율을 조사한 후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재 시·군 자체적으로 월동봉군 폐사 피해율을 조사하고 있다"며 "양봉농가 병해충 피해 구제약품 지원 등 도내 양봉농가 경영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지원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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