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5년여 전, 충남도의 기획조정실장을 마치고 행정안전부 예방안전정책관을 맡게 됐다. 당시 주요 업무는 지역안전지수 관리, 재해위험지구 정비 등이었는데, 특히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 상황을 파악하는 업무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현장을 자주 찾아가 적합한 공법으로 예방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일선 공무원, 토목전문가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이때 행정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사실을 확신하며 현장 행정을 다시금 다짐했다.

대전 서구청장이 된 후에도 그 다짐은 마찬가지였다. 구 동네 곳곳을 직접 돌아봐야 구민들의 일상에 필요한 행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구에 진정 필요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구청장이 구 동 민생현장을 직접 돌아보는 ‘걸어서 동네 한 바퀴’를 진행했다. 지난 1월 22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서구 6개 동의 주요 정책 현장과 주민 숙원 사업 현장을 걸으며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방문 대상지는 동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지역 특색에 맞게 선정했다.

정림동의 경우 지난 2020년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 인근의 정림재해위험개선지구 사업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청취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업이 철저하게 이뤄지도록 검토했다. 이어 월평2동 ‘월평주공아파트 리모델링 현장’, 괴정동‘국민체육센터 건립예정지’, 둔산1동‘카페거리 일원’, 도안동‘용소수변공원 및 용소어린이공원’, 월평1동‘공영주차장 조성 예정지’등을 방문해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주민들은 현장에서 둔산1동 카페거리 일대의 보도블록 보수, 황톳길 꽃길 조성 등을 제안했다.

구는 총 16건의 건의사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문화·체육·복지·경제·환경·도시·건설·기타 등 총 8개 분야로 분류해 담당 부서를 지정하고, 현황 파악 및 사업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4월 이후 나머지 18개 동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현장에 답이 있다’. 필자는 평소 업무를 수행할 때도 거리가 가깝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 왔다. 자전거를 타면서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골목 곳곳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잠시 횡단보도에 설 때면 주민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주민들이 바라는 지향점을 알아가기도 했다. 이렇게 ‘현장’의 힘은 강력하다.

조선시대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도 재위 7년째인 1425년 나라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도성 밖으로 나가 현장을 걸었다. 벼가 잘 자라지 못한 곳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농부에게 그 까닭을 물으며 무엇이 제일 필요하며 어떤 것을 도와주면 좋겠는지 물어보고 경청했다고 한다. 조선의 부흥을 이끌었던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본받아 앞으로도 뚜벅뚜벅 걸으며 구의 부흥을 위해 전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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