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왼쪽부터 대전시청, 세종시청, 충북도청, 충남도청. 
왼쪽부터 대전시청, 세종시청, 충북도청, 충남도청. 

기초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직급 상향을 앞두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간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중앙정부를 상대로는 부단체장에 대한 인사권을 요구하면서도, 기초자치단체를 향해서는 중앙정부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유지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가 먼저 스스로의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정부는 지난 8일 인구 10만명 미만의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의 직급을 4급에서 3급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인구 5만~10만명, 2025년부터는 인구 5만명 미만 기초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직급이 올라간다. 이 같은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을 확대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지방자치 강화를 위해 추진되는 개정안을 놓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는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충북공무원노조는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일선 시·군 부단체장의 인사권이 도(道)에 있다는 충북도를 맹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기초자치단체 부단체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충북도 등 광역자치단체는 거꾸로 중앙정부에는 부단체장에 대한 인사권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국가의 지방 감독 강화를 위해 과거 관선 단체장 시절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을 국가직으로 정했지만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넘었음에도 부단체장의 인사권이 정부에 귀속된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입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논리를 기초자치단체에 대입했을 때 광역자치단체의 입장이 궁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부단체장을 놓고 광역과 기초가 벌이는 기싸움을 시·도민들은 ‘밥 그릇 싸움’으로만 보고 있다. 따라서 광역자치단체부터 기초단체 부단체장 인사권을 이양할 때 정부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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