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내 한 식당에 종이컵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내 한 식당에 종이컵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식당이나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금지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다.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시행된 일회용품 사용규제는 1년간의 계도기간이 있었다. 계도기간 중에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규제 이행 가능성을 점검한 결과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제일 이행하기 어려운 조처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 사실상 백지화를 놓고 찬반이 엇갈린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당연히 반색하는 반면 환경단체들은 정책후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서 일회용품 사용 규제 백지화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원가 상승과 고물가, 고금리, 어려운 경제 상황에 고통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규제로 또 하나 짐을 지우는 것은 정부의 도리가 아니다”고 했다. 실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경우업주들은 다회용 컵을 씻을 인력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세척기를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종이컵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도 감안했다.

오락가락 행정에 소비자들은 헷갈린다. 음식점 등에서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가 처음 도입된 건 20년 전인 2003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철회됐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재등장한 뒤 현 정부에서 다시 철회된 것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환경 정책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정작 시민들의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의식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번 정책후퇴로 그나마 잘 지켜온 일회용품 줄이기 동참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은 신회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가 일회용품을 마구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거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1년간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무려 300억 개나 된다.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1인당 88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회용품 사용 억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킬 때 효과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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