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충북본사 부국장

원로(元老). 의미는 나이와 공로가 많고 덕망이 높은 사람이다.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사회에 큰 울림이 되고 길잡이가 되며 영향 또한 크게 끼친다.

지난 5일 ‘충북지역 종교계·학계·시민사회 원로’로 자신들을 소개한 지역인사 34명이 연명으로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영환 충북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관련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14명이 숨지고 11명 다친 오송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들의 상처가 치유되길 바란다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합당한 법적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주민소환과 관련해 주민소환이 일부 단체들에 의해 추진되면서 지역사회는 찬반 간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쟁의 대상이 되고 있어, 이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과 분위기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절하를 했다. 주민소환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찬반 주민 간의 ‘극심한’ 갈등과 대립, 정치권의 치열한 정쟁, 많은 혈세가 소요되는 등의 부작용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도 했다. 일면 ‘원로’ 입장에서의 지역사회 걱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언론에 얼굴을 내비친 시점과 입장 내용을 보면 원로들의 ‘순수한’ 지역사회 걱정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은 주민소환 시작 석 달이 지난 시점이고, 찬반 갈등과 대립은 극심하다고 볼 수준과 거리가 멀다. 갑론을박만 더러 있을 뿐 물리적 충돌 한 번 없었다.

김 지사의 선거캠프에 관여했던 인사도 포함된 이들이 김 지사에게 당부한 것은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자치단체장으로서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오송참사 유가족들과 도민들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과하고 각성하는 한편, 철저한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 해달라이다. 하나마나한 주문이다. 이들의 입장을 요약하면 ‘기승전-주민소환 반대’이다.

유가족들이 김 지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면, 이제 와서 주민소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데 주저했을 법하다. 이들의 입장이 주민소환을 반대하는 이들과 궤를 같이한 점에서 어찌 보면 ‘2차 가해’이다. 차라리 이전과 같이 계속 침묵했으면 빈말이라도 ‘원로’라고 대접을 받을 수 있을 터이다. "요즘 지역에 원로가 없다"는 호사가들의 촌평이 괜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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