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궁평리 논콩 가보니
쌀 과잉생산 대책으로 장려한 논콩 재배
습도 민감한 콩… 계속된 장마에 생육 불량
예산 궁평리 농가 1년간 키운 논 갈아엎어
논콩 재배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28일 충남 예산 궁평리의 한 논에서 트렉트 등 농기계들이 심어진 콩을 갈아엎고 있다. 김중곤 기자
28일 충남 예산 궁평리의 한 논에서 트렉트 등 농기계들이 심어진 콩을 갈아엎고 있다. 김중곤 기자
28일 충남 예산 궁평리의 한 논에서 트렉트 등 농기계들이 심어진 콩을 갈아엎고 있다. 김중곤 기자
28일 충남 예산 궁평리의 한 논에서 트렉트 등 농기계들이 심어진 콩을 갈아엎고 있다. 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28일 오전 11시경 찾은 충남 예산군 궁평리의 논. 아직 덜 익은 벼가 고개를 든 논들 사이로 밭에서나 볼 법한 콩이 심어 있는 논이 눈에 들어왔다.

통상 콩은 밭에서 일구지만, 최근 쌀 생산 과잉에 따라 정부는 논에도 콩을 심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날 이 논의 주인인 임선택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사무국장은 1년 가까이 키운 콩을 모두 갈아엎었다.

트렉터 등 농기계 3대가 700평(3.5마지기) 크기의 논콩을 휘젓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했고, 이를 지켜보던 농민들은 "콩은 안 된다"며 혀를 찼다.

임 사무국장은 갈아엎지 않더라도 어차피 이 논에서 건질 수 있는 콩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콩은 습도에 민감한데 올해 여름 장기간 이어진 장마로 논 배수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콩의 생육이 불량하다는 것이다. 실제 밭에서 잘 자란 콩은 성인의 허리 높이까지 줄기가 올라오는데, 이날 논갈이 전에 확인한 임 국장의 논콩 줄기는 무릎까지도 닿지 않았다.

임 국장은 "지난해 말 벼농사를 지으려고 농어촌공사로부터 ‘논’을 임대했는데 콩 같은 전략작물만 심어야 한다더라"며 "시킨 대로 했더니 건질 콩이 없는데, 정부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집중호우를 떠나 애당초 논에서 콩을 제대로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예산의 강선구 농민은 "콩의 뿌리는 아래로 뻗어야 하는데 물을 만나면 옆으로 퍼진다"며 "재배 환경도 열악한데 정부에서 약속한 직접 수매마저 배정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수입산과의 가격 경쟁도 이길 수 없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28일 충남 예산 궁평리의 한 논에서 트렉트 등 농기계들이 심어진 콩을 갈아엎고 있다. 김중곤 기자
28일 충남 예산 궁평리의 한 논에서 트렉트 등 농기계들이 심어진 콩을 갈아엎고 있다. 김중곤 기자

현재 충남에는 이같이 논에 전략작물을 심은 농가가 5336호, 면적은 8084.7㏊에 이른다.

이들 농가는 정부의 논 타작물 재배 장려 정책에 따라 자기 소유 또는 농어촌공사 임대 논에 콩, 가루쌀, 조사료 등을 심었다.

올해부터 시행한 전략작물직불금은 농가에 △하계 콩, 가루쌀 ㏊당 100만원 △하계 조사료 ㏊당 430만원 △동계 모든 전략작물 ㏊당 50만원 등이 지원된다.

쌀 생산 과잉을 위해 벼를 취급하지 못하게 한 제도 취지를 감안할 때, 직불금이 적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2월 낸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동향과 향후’ 보고서를 보면, 2019~2021년 논벼 농가의 순수익은 콩 농가보다 ㏊당 약 180만원 많다.

보고서는 "㏊당 100만원인 논콩의 직불금이 논벼와 콩 생산의 순수익 차이를 메우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30일까지 논 전략작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호우 피해를 신청받고 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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