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학연구소 형식·편향적 진행 비판
발제자 근거없는 주장·역사관 드러내
"진정성 있는 토론위해 다시 개최해야"

미호천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호천 [충북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친일 잔재 논란으로 촉발된 미호강 명칭 관련 토론회에서 편향성 지적을 받았던 발제자들이 궤변과 친일파적 역사관을 토대로 미호강 명칭 유지를 주장, 비판을 자초했다.

충북학연구소는 심도있고 객관적인 진행보다는 미호강 명칭 유지를 위한 형식적·편향적 진행으로 연구용역을 의뢰한 충북도의회와 지역주민 등이 재개최를 요구하는 등 논란만 확산시켰다.

충북학연구소가 24일 오후 ‘미호강 명칭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선 박병철 서원대 명예교수는 "미호강 명칭은 순우리말인 ‘미꾸지’를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미곶(尾串)을 거쳐 미호(美湖)로 정착했다"며 "이는 역사언어학적으로 볼 때 질서에서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명예교수의 주장대로라면 경기도 강화지역에 존속하고 있는 지명인 미꾸지도 미호로 변천해야 하나, 이곳의 한자 지명은 ‘산화(山花)’라는 점에서 추론적 궤변에 불과하다.

박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강화지역에 미꾸지라는 지명이 있는 줄 몰랐다"며 "한자 표기 과정에서 그렇게 될 수도 있다"고 답해 토론자와 방청객들의 빈축을 샀다.

박 명예교수의 ‘역사언어학적 질서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질서에 어긋나는 언어유희’임을 자인한 셈이다.

다른 발제자인 박상일 전 청주대 교수도 미호강의 역사적 유래를 설명하면서 장지연이 1907년 편찬한 ‘대한신지지’와, 최남선이 1908년 쓴 창가(唱歌) ‘경부선철도가’에 ‘미호천(尾湖川)’이란 단어가 포함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장지연과 최남선은 역사적으로 친일 행적이 낱낱이 드러난 대표적인 변절 친일파라는 점에서 박 교수의 근거는 친일파적 역사관에 기초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같은 두 발제자의 주장에 대해 반대측 토론자로 나선 이상태 한국영토학회장과 양승직 운초문화재단 이사 등은 "미호천이란 명칭은 일제가 만든 이름으로 역사적 고유명칭인 동진강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사실상 일제가 우리나라의 주권을 장악한 1905년 이전 어떤 역사적 문헌에도 미호천이란 명칭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이에 대한 역사적 근거로 조선시대 고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1531년), 여지도서(1757~1765년), 대동지지(1861~1866), 증보문헌비고(1908년), 해좌전도(1850년), 조선지도(1765년), 대동여지도(1861년), 일본 육군성지도(1875년) 등 국가가 제작한 공식 지도 등 20여점의 고문헌을 제시했다.

앞서 두 명의 발제자가 제시한 추론적 또는 자의적 근거와는 명확하게 대비되는 역사적 고증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미호강 유지를 주장하는 일부 토론자와 방청객은 "충북에선 미호강으로, 세종에선 동진강으로 부르면 될 것 아니냐"며 소지역주의적 발언으로 지역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동진강 명칭 변경을 주장해온 운초문화재단과 세종시문화원 등도 향후 충북·세종 양 지역 자치단체와 의회, 사회단체 등이 공동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적극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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