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복원 공동추진위 작명 근거 제시
1900년 이전 문헌·고지도 ‘미호’ 없어
1913년부터 조사·작성자료에 기록돼
1918년 지형도 미호천으로 표기 시작
지난해 미호강 승격과정 역사성 무시
"역사 바로세워 민족 정기 되살려야"

미호강 [세종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호강 [세종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 미호강(옛 미호천)의 명칭을 동진강으로 복원하자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충북도는 지난 2022년 7월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승격했다.

‘동진강 명칭 복원’을 추진하는 단체는 ‘동진강 명칭복원 공동추진위원회(이하 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류귀현 충북도 운초문화재단 이사장과 임창철 세종문화원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동진강 명칭 복원을 추진하는 것은 미호천이 일제 강점기 민족정기 말살정책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유에서다.

위원회는 미호천이 일제가 작명한 지명이란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위원회는 먼저 1900년 이전에는 현존하는 문헌 및 고지도 등 어느 곳에서도 미호(美湖)라는 지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1913년부터 일제가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작성한 조선지지자료에 청주군 지역에서 불려지던 고유지명이 사라지고 미호천(美湖川)으로 기록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제 강점기인 1918년 지형도에 미호천으로 표기하기 시작했고, 1927년 조선하천령이 반포되면서 (미호천 명칭이) 법제화 됐다는 게 위원회의 설명이다.

위원회는 미호천이 동진강으로 기록돼 있는 다수의 고문헌도 공개했다.

조선 전기 지리지인 신중동국여지승람(1530년)에 동진(東津)이란 지명이 등장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고문헌에 동진(東津)은 현의 동쪽 5리에 있는 곳으로 근원은 세 곳이라고 적고 있다. 하나는 진천현 두타산에서 나오고 하나는 청주의 적현에서 나오고, 또 다른 하나는 전의현에서 나와 남쪽으로 흘러 공주의 금강으로 들어간다고 기록돼 있다.

고산자 김정호가 저술한 대동지지(1861~1866년) 산수(山水)편에 동진강(東津江), 진도(津渡) 편에 동진(東津)으로 기록돼 있다. 산수편에서 동진강은 연기현의 동쪽 5리에 있고, 청주 부탄 아래로 흘로 용당에 이르렀다가 서쪽 금강 나리진으로 들어간다고 소개하고 있다.

대한제국 정부가 중등교육 과정을 위해 1906년 발간한 교과서에도 동진강이 등장한다. 이 교과서에 ‘청주는 충청북도의 서남쪽에 있는 하나의 큰 도시다. 큰 산 아래에 터를 잡아 동진강에 접하고 남쪽은 물이 높으며(후략)’라고 수록돼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미호천이란 지명은 충북과 세종을 지나는 큰 물줄기인 동진강을 일제가 식민지 정책에 따라 미호천으로 창지 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022년 7월 미호강으로 승격하는 과정에서 역사성을 살피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변경한 충북도의 행정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도를 비롯한 행정기관은 이제라도 미호강이 아니라 동진강으로 복원해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 세워 민족정기를 되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진 기자 ccj1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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