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호강 [세종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호강 [세종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제 잔재 논란을 빚고 있는 미호강 명칭 변경에 대해 충북·세종지역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의 대처가 미온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일제 잔재 청산은 정치적 득실이나 진영간 논리가 아닌, 역사적 소임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풀어야 할 과제다. 이런 점에서 미호강 명칭이 일제 잔재라는 학계와 관련 사회·문화단체의 주장이 제기된 만큼 이에 대한 세밀하고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논란을 종식시켜야 하는 책무가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충북·세종지역 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은 역사적 고증 소임보다는 관습적 사용에 따른 번거로움과 정치적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정치논리에 함몰돼 무관심과 책무 유기로 일관하고 있다.

미호강 명칭의 일제 잔재 논란이 제기된 배경은 고문헌과 고지도 등에 기록된 역사적 고증을 통해서다.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과 대동지지(1861~1866년)는 물론 대한제국 정부가 공식 발간한 교과서 격인 대한지지(1899년 초판 발간·1906년 재판 발간) 등 수많은 고문헌에서 동진강으로 표기됐음이 증명되고 있다. 해좌전도(1850년)와 대조선국전도(1895년) 등 고지도는 물론 심지어 일본이 1882년 발행한 조선전도와 조선내란지도 등에서도 미호강이란 명칭은 찾아볼 수 없고, 동진강이란 이름이 명시돼 있다. 미호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주권이 상실된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본 내무성이 만든 한국토목사업조사서에서다. 이후 1914년 이른바 ‘창지개명(創地改名)’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하천명을 하나로 통일하라는 일제의 지시에 의해 미호천으로 굳어졌음이 역사적 고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오랫동안 사용돼 익숙해진 이름을 바꾸는 것이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의견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다소 불편함과 생경함이 있더라도 그것이 일제의 역사적 찬탈로 야기된 잔재라면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것이 역사적 소임이라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일제 잔재 논란을 빚고 있는 미호강 명칭 변경 문제는 특정 집단에서만 다뤄져야 할 문제도 아니며, 형식적 검증을 통해 묻혀서도 안될 일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충북·세종지역의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역사적 고증을 위한 공론화를 통해 일제 잔재 논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동진강으로 변경하는 역사적 책무와 소임을 다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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