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수술 도중 과다출혈 환자 방치해 사망
유족 “응급상황 외 예외조항 납득 안돼”

수술실 CCTV.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내달 시행 예정인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법의 예외조항이 법의 실효성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리수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권대희 씨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수술실에 CCTV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CCTV를 설치해도 대리수술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순 없지만 훗날 진실을 규명할 때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금 대표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 제정을 공론화시킨 ‘고 권대희씨 사망사건’의 유족이다.

앞서 대법원은 수술 도중 과다출혈이 발생한 고 권대희 씨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성형외과 원장 장모 씨에게 징역 3년형을 확정했다.

권 씨는 2016년 9월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뒤 의식을 찾지 못한 채 50일가량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다 숨졌다. 수술 과정에서 권 씨는 3500cc에 달하는 피를 흘렸지만 집도의 장 씨 등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기고 다른 수술방으로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수술실 CCTV가 권 씨의 사망원인 규명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 제정 논의가 촉발됐다.

권 씨의 사건을 계기로 제정된 수술실 내 CCTV 의무화법이 내달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CCTV 설치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 탓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은 △응급 환자를 수술하는 경우 △생명에 위협이 되거나 신체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을 가진 경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서 정하는 전문 진료 질병군에 해당하는 수술을 하는 경우 △전공의 법에 따라 전공의의 수련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술 시행 직전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점에서 환자나 보호자가 촬영을 요청하는 경우 △천재지변, 통신 장애, 사이버 공격 기타 불가항력적 사유로 촬영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다.

이 대표는 “응급 상황은 납득이 되지만 촬영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경우나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 법을 비켜나갈 가능성이 있는 예외 조항이 많다”며 “의료 소비자들이 똑똑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실에서 촬영한 CCTV 영상의 보관기관이 너무 짧다는 비판도 나온다. 개정된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이나 의료인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장면을 CCTV로 촬영하고 촬영한 영상정보를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의료사고 의심 환자가 수술을 받고 나서 30일 뒤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의료 사고가 나면 형사고소를 진행하고 수사기관이 영상 열람을 요청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30일의 기간은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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