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내원한 아동 진료 거부 민원 접수에 A의원 ‘문 닫겠다’ 안내문 붙여
지역 주민 "지금도 병원 모자라 천안·아산까지 가"… A 의원 "폐업 확정 아냐"

▲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지난 21일 충남 내포신도시 맘카페에 올라온 사진.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폐업 소식이 적혀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에서 발췌
지난 21일 충남 내포신도시 맘카페에 올라온 사진.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폐업 소식이 적혀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페이스북에서 발췌
▲ 지난 21일 폐업을 예고한 내포신도시 소재 소아청소년과의원. 현재는 정상 진료 중이며 오는 31일부터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소아청소년과가 단 2곳뿐인 충남 내포신도시에서 1곳이 폐원할 조짐을 보이면서 지역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25일 취재를 종합하면 내포 소재 A소아청소년과의원은 지난 21일 ‘의원 문 닫겠습니다’는 제목의 안내문을 문 앞에 붙였다.

최근 만 9세 아동이 혼자 내원해 보호자 대동을 안내했더니 이후 그 부모가 보건소에 진료 거부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 의원 측의 폐원 결정 이유였다.

해당 부모가 맘카페에 올린 글에는 "아이가 열이 나 힘들어 하는데도 (병원에서) 단칼에 5분 이내로 올 수 있냐고 했고, 근무 중이라 바로 못 가니 순서를 뒤로 옮겨달라는데도 이미 접수 마감돼 안 된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이 설명돼 있다.

부모는 글에서 "퇴근 후 아이와 다른 병원으로 갔는데 열이 39.3℃가 나왔다"며 민원을 넣게 됐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A소아청소년과의원 측은 폐원 안내문에 "보호자 없는 진료에 대해 의사의 책임을 물은 법원 판례가 있으며, 진료에 보호자 대동은 아픈 아이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자 의무"라고 강조하며 반박했다.

의원은 안내문에 "그간 어려운 상황에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열심을 다한 것에 대해 회의가 심하게 느껴져 더는 소아에 대한 진료를 지속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적었다.

현재 내포에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단 2곳뿐이라 1곳의 폐원은 지역 의료 공백을 키울 수밖에 없다.

내포 소아과 폐원 우려는 25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페이스북에 ‘의사회 차원의 민원인 형사 고발 방침’을 밝히며 더욱 확산하고 있다.

임 회장은 페이스북에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되는 9세 아이를 혼자 소아청소년과에 보내고 보건소 신고에 이어 또 다시 맘카페에 거짓말까지 한 사람을 의사회 차원에서 아동학대 방임으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지역 학부모 사이에선 몇 안 되는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내포에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2곳에 불과하고, 범위를 넓혀도 홍성에 5곳, 예산에 1곳뿐이다.

내포 주민 김모(30대) 씨는 "지금도 내포에 소아청소년과가 모자라 애가 아프면 천안·아산까지 가고 있다"며 "여기서 병원이 더 없어지면 대전까지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A소아청소년과의원은 지난 21일 폐업 안내문 발표 이후 현재까진 진료를 계속하고 있으며, 오는 31일부터 별도의 공지가 있기 전까지 휴진에 들어갈 예정이다.

A소아청소년과의원 관계자는 "현재 정상 진료 중이고 폐업을 확정한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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