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반복되는 청소년 극단 선택, 무엇이 문제인가]
정서·행동특성검사서 자살계획 여부 물어
‘긍정’ 표시땐 고위험군… 교사·부모 등 전달
학교 밖 청소년 위한 대안 도입 필요성 제기

텅 빈 교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텅 빈 교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구체적으로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충청권 4개 시·도를 비롯해 전국 초등학교1·4학년, 중학교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통해 받는 실제로 받는 질문이다.

‘긍정’을 표시했다면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게 되고, 이 사실은 교사와 부모 등 보호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질문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직선적인 데다 답변에 따른 결과가 쉽게 예상되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3년마다 치르는 형식적 절차’라는 평도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이 심리검사를 대체할 개별적 학생 심리건강 측정도구 개발·보급에 나섰다.

각계에서 해당 조사의 신뢰성과 실효성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검사 문항에 대한 대대적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은 정서행동특성검사를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정서행동특성검사는 학생들의 심리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척도지만, 지필 평가 방식인 탓에 기능적으로 한계를 가진다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아이들은 내재적 심리상태를 숨기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세심한 상담이 아닌 필기구로 종이에 답을 쓰는 검사 만으로 정서·심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교육부는 문항 수를 늘리면 전수조사에서 신뢰도가 떨어지므로 질문만 수정한단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위험 수준을 보다 유연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많은 아이들이 2차적 심층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한편에선 정기적인 심리 검사가 ‘사치’로 여겨지는 사각지대도 분명 존재한다.

학교 밖을 나서는 순간 공적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공교육 밖에서 나타나는 청소년 우울 증세는 적시에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더 어려워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제도적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청권의 한 청소년 지원센터에 재직 중인 박모 씨(30대)는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본인 스스로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면 센터가 개입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연락처 등 기본적인 정보만이라도 수집할 수 있다면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될것"이라고 토로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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