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1시간 전 쓰촨성측 장소 변경 요청
김 지사, 옮기지 않고 기존 장소서 접견
중국기업 2곳과 4800만 달러 협약 성과

▲ 김태흠 충남지사(왼쪽)와 황치앙 쓰촨성장이 지난달 30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금강호텔에서 접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7박8일간의 중국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김 지사의 순방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이뤄진 한국 광역단체장의 중국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양국의 대사 초치 등 최근 한중 외교가 경색된 상황에서 중국으로 향한 것이어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김 지사가 지난달 27일~이달 4일 중국 순방에서 가장 방점을 찍은 것은 ‘실리’였다. 도내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판로를 찾고, 지역경제에 필요한 중국 기업의 유치를 위해 단체장으로서 직접 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중국에 저자세로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목소리를 내는 ‘균형’ 잡힌 관계를 추구했다. 한중은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았을 정도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만큼, 잠시 관계가 악화됐다고 굴종적인 태도를 보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김 지사의 대중 외교는 지난달 30일 황치앙 쓰촨성장과의 접견에서 두드러졌다. 당시 김 지사와 황치앙 성장은 양 지역의 자매결연 5주년을 기념해 접견 후 환경·문화·체육·교육·유교 분야에서 추가 협약을 맺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쓰촨성 측에서 약속시각 1시간 전 일방적으로 장소 변경을 통보하며 상황이 어수선해졌다. 더욱 넓고 좋은 공간에서 김 지사를 맞겠다는 것이 쓰촨성 측이 밝힌 이유였지만, 갑작스러운 통보는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것이 김 지사와 동행한 충남도 방문단의 주류 반응이었다.

이때 김 지사는 이같은 ‘표면적 환대’를 사양하며 늦더라도 좋으니 원래 예정된 접견 장소에서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쓰촨성 측에 전했다. 쓰촨성 측의 거듭된 만류에도 김 지사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접견은 약 1시간30분 지연되긴 했지만 원래 예정된 장소에서 이뤄졌다. 접견은 황치앙 성장의 사과 인사로 시작됐으며, 양 지역의 자매결연 5주년 기념 추가 협약도 계획대로 체결됐다. 당시 중국 순방에 동행한 도 관계자는 "쓰촨성이 통보한 곳으로 이동해 접견했으면 외교 망신이라는 목소리가 방문단 내부에서 있었다. 김 지사가 대처를 잘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균형 외교 기조를 바탕으로 김 지사는 방중 기간 2개 중국 기업과 총 4800만 달러(625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다. 도내기업 20곳이 중국 5대 박람회에 해당하는 서부국제박람회에 참여하는 성과를 냈으며, 궁정 상하이시장과의 접견에선 오는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에 도내기업의 참여를 요청받기도 했다.

충남과 쓰촨성의 민간 문화교류 공연도 가지고, 방문한 중국 지방정부들에 오는 9~10월 대백제전 협력을 당부하며 민간 교류의 물꼬도 텄다. 김 지사는 "중국이 소위 G2라고 무조건 아부해선 안 된다"며 "한중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만큼 우리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민간교류를 활발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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