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출근길에 마주친 가로수에 분홍빛이 완연해 ‘봄이 왔구나’했던 것이 얼마 전인데, 어느덧 가벼운 옷차림에도 더위가 느껴지는 게 여름이 온 것 같다. 5월은 계절적으로 봄에 속하지만, 요즘은 기후변화로 인해 봄과 여름의 경계가 흐려져 사계절이 아름다운 나라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고 있다.

기상청을 비롯해 방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에서는 여름철 기상재해가 빈발하는 시기에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여름철 자연재해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는 관측시설을 점검하고 방재 관계기관과의 협업체계를 점검 및 구축하며 안전한 여름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한다.

여름철 하면 떠오르는 기상현상으로 장마가 대표적이다. 장마란 통상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되는 비를 일컫는 말이지만, 기상학적으로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 지난 1991~2020년에는 6월 중순에 정체전선이 북상하면 장마가 시작되고, 7월 말에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정체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밀려나게 되면 장마가 종료된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다시 8월 말부터 9월 초에 오호츠크해 고기압 세력이 강화돼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하면 정체전선이 다시 남하하면서 한반도에 비를 뿌리는데, 이를 가을장마라 했다. 이렇듯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장마는 기후변화로 인해 최근 10년 사이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근래 여름철 비는 집중호우 형태로 내리고 그치는 것들이 반복되고, 주기와 기간도 불규칙적이며, 중간에 폭염이 지속되는 등 기존의 장마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기상재해로는 홍수로 인한 제방 붕괴와 농경지 침수, 구조물 파손 및 시설물 침수, 도로 및 철도의 유실과 교량 붕괴, 산사면 및 옹벽 붕괴로 인한 피해, 침수와 급류로 인한 인명피해 등이 있다. 이러한 호우 피해는 장마 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충북지역에는 작년 8월 9일부터 11일 사이에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집중호우가 발생해 3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청주시의 도로와 상가가 침수돼 긴급배수 작업이 이루어졌고, 다른 시·군에서도 토사 유출, 축대 붕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기상청은 장마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어떠한 대비를 하고 있을까? 청주기상지청에서는 올해 여름철 방재 기간을 대비해 방재기관과 일반 국민들이 기상재해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상정보 문자서비스를 기존 방재기관과 언론사 외에 충북자율방재단에 확대 제공한다. 아울러 물관리 방재기관과 국립공원에도 위험기상 예상 시에 선제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재난 대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캠핑 등의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에서 운영하는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수시로 기상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집중호우 시에는 위험한 지역에 접근하지 않아야 하며, 침수가 예상될 때는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또한, 침수 취약지역에 대한 시설물 관리와 사전점검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상청은 올 여름철 자연재해 대책 기간에도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국민 모두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 이번 여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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