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녹영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필자는 중소기업의 현장을 방문할 기회가 많다. 그중에서도 나름 성공한 기업의 방문이 우선순위에 오른다. 중소기업의 현장을 보고 성공의 비결은 무엇인지, 많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 등 비하인드 스토리에 주목한다.

종이컵 판매를 통해 매출 400억원을 올리는 기업, 홍삼 캔디를 연간 80억원씩 수출하는 기업, 인공위성 등 첨단기기 제조사에 광학렌즈를 납품하는 기업, 향후 10년간 수주물량이 꽉 찬 2차전지 소재기업 등 다양한 중소기업을 본다.

어떤 여성기업은 기존사업이 어려워지자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KF-94 방역마스크 제조 등 환경 분야로 사업전환해 글로벌 유통기업에 납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2-3년 전이니 아마도 코로나19 때 대박이 터졌으리라.

이러한 성공한 기업들을 보며 느낀 성공비결의 공통점은 CEO의 바른 철학, 직원에 대한 사랑, 어려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경영전략 등을 들 수 있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인류문명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고 했듯이 기업의 흥망성쇠도 외부 환경의 끝없는 도전에 기업이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기업에 환경을 강조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중의 하나가 바로 ESG다.

ESG는 기업의 환경(E), 사회(S) 및 거버넌스(G) 측면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다. 금융기관의 투자결정 및 기업의 경영에서 재무적 수익 외에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 요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해지고 양극화가 우려됨에 따라 사회적 담론을 넘어 글로벌 메가트렌드로 부상하게 됐다.

국제사회는 ESG 책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의 탄소감축, 비재무정보의 공시와 공급망실사제도가 대표적이다.

글로벌기업 애플은 증권거래위원회에 탄소배출량의 의무적 공개를 제안하고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신재생에너지 사용(RE100)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독일은 2023년 환경·인권 등과 관련된 ‘공급망실사법’을 시행했고, EU 전체로도 곧 확대될 예정이다. 특히 공급망실사법은 공급망 가치사슬에서 직접 공급업체 뿐만 아니라 간접공급업체(수탁기업)까지 대상으로 한다. 과도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ESG 경영에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SG 경영은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중소기업에게 위기와 기회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애플카메라 모듈의 약15%를 공급하던 오필름이 ESG 요구수준을 충족하지 못해 공급망에서 탈락했다. 반면, 준비된 한국의 A사는 공급량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화장품 원료 전문기업 K사의 경우 ESG 평가에 부합하는 체계를 구축해 글로벌화장품 L사 납품업체로 선정됐고 매출도 65% 증가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 2021년 조사에 의하면 대기업의 78%, 해외기업의 22%가 ESG 평가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 비해 ESG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시간과 비용부담으로 체계적 대응도 미흡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ESG 경영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중소기업에 적합한 ESG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자가진단시스템을 제공하고 ESG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둘째, 혁신바우처 사업 등 ESG 경영을 위한 교육·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다. 셋째, 대기업의 협력사에 대한 ESG 경영 지원 실적을 동반성장지수 평가지표에 반영하는 등 대기업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넷째, ESG 우수 기업에 대한 정부포상 확대, 정부지원사업 가점부여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다섯째, 환경(E)과 관련된 탄소중립을 위해 R&D 지원, 시설투자 등에 대한 세제지원등도 추진하고 있다.

ESG 경영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지만 현재의 사업 환경을 직시 할 때 동참하지 않을 수 잆다. 정부지원 등을 잘 활용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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