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기술창업실 책임연구원

최근 몇 년 전부터 국내·외 기업경영 환경에서 ESG가 화두가 되고 있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첫머리글자를 딴 ESG는 기업 경영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존 재무적 성과중심 경영에서 이제는 사회적,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 경영을 하자는 것이다. ESG는 2020년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핑크 회장이 주요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기후변화 리스크와 ESG를 투자결정의 핵심요소로 반영한다’고 밝히면서 기업들 사이에 ESG가 기업경영의 필수요소로 자리잡게 됐다.

아마도 ESG는 개별 기업의 운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미래 성패를 좌우할 글로벌 메인 스트림으로 부상할 것은 자명하다. 즉 앞으로의 추세는 모든 기업, 기관, 국가를 막론하고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각국 정부 및 다국적 금융기관에서 ESG 경영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투자 배제, 지원축소, 기업 보이콧, 극단적으로 자본시장 퇴출도 고려될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 정부도 ESG 경영확산을 적극 장려하며 우리 경제가 친환경, 포용, 공정경제로 체질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ESG 참여를 독려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대다수 공공기관들은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지수 평가 체계 수립, 기관 비전에 ESG를 가미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2021년 12월에 우리나라의 경영환경, 특수성을 고려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기업이나 일반 공공기관과는 달리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업무가 핵심인 정부출연연구원 입장에서 ESG라는 용어가 너무 생소하다. 출연연과 ESG가 무슨 상관이지? 상관있다면 출연연은 무엇을 해야 하지? ESG 경영은 기업투자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출연연은 일반기업과는 다르지 않나? 등으로 ESG와 출연연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하지만 이는 다소 근시안적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인 아메드 야마니가 말했던 것처럼 석기시대 종말은 돌이 없어서가 아니다. 더 생산성 높은 청동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출연연의 변화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과 미래를 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SG경영을 단지 투자자 관점의 이익 극대화로 보지 말고, 사회적 가치·경제적 가치·기술적 가치 관점에 보면, 출연연 역시 ESG 활동에 적극 참여를 해야한다. 출연연의 핵심 임무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사회의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고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에 기여할 것이다. 개발된 기술이 산업계에 환류돼 생산성 증대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가치에 도움을 줄 것이고, 경제·안보·복지 등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 과학기술에 좌우되는 기술패권주의 시대에 글로벌 기술리더십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기술적 가치에도 효과적일 것이다.

결국 출연연의 ESG경영은 민간기업이나 일반 공공기관의 개념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출연연 본연의 기능인 연구개발과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법에 ESG를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를 파악해 출연연 ESG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출연연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기업이다. 대다수 출연연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프로세스 및 기술사업화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ESG 경영을 제대로 추진하는 기업에 대해 무상으로 원스톱·원루프 지원하는 서비스도 ESG 기업의 경쟁력을 한층 더 올려줄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회적·경제적·기술적 가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출연연 ESG경영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역할, 활동이 불분명하다. 연구개발업(業)이라는 특성에 맞춰 각 기술 분야별 어떤 요소를 ESG와 접목할지, 이를 위해 출연연 내·외부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연구개발을 중장기적 안목으로 추진하는 것처럼, ESG 역시 출연연의 미래관점에서 긴 안목으로 역할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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