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장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장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장

대덕연구단지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주말에 시민에게 개방을 시작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지난 4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으로부터 시작해 한국화학연구원(화학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 등이 월별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릴레이식으로 개방한다. 대덕특구 50주년 기념 출연연 첫 주말개방을 진행한 표준연은 600여명이 찾아왔고 대전시가 방문객을 대상한 조사한 설문조사에의 하면 방문객의 90%이상이 만족한다고 했다.

출연연 개방은 대덕연구개발 특구 50주년을 기념하며 출연연 구성원 및 기관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대전시민과 시장,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그리고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로 소통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출연연 개방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대덕연구단지는 지리적으로 대전시민과 갑천을 사이에 두고 서로 건너지 못한 사이가 된지 50년이 흘렀다. 한때는 보안을 내세워 없던 울타리를 쳤고, 때로는 울타리를 제거해 개방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으나 시민의 접근은 상상하지 못했다. 출연연이 그렇다고 시민의 접근을 완전차단하고 있는 철옹성은 아니다. 출연연 홍보실은 견학신청을 받아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기관의 기능과 연구개발 성과들을 소개하고 있고, 최근에는 각종 사회관계망(SNS)를 통해 양방향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덕연구단지의 출연연들은 늘 ‘폐쇠적’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출연연들이 그 동안 ‘개방적’이지 못한 것은 국가연구개발의 중추적 기능에 따른 보안이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출연연들의 적극성 부족과 야간이나 주말 개방에 따른 추가적 행정인력과 제도적 부담도 크게 한 몫을 했다. 또한 연구자들의 참여의지가 낮은 것도 한 이유가 됐다. 연구자들은 연구 이외 활동에 별반 관심이 없다.

이제 출연연이 내외부의 변화와 함께 혁신의 주체로서 개방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순히 출연연 캠퍼스를 개방하는 것을 넘어 기능적으로 개방은 확대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출연연의 진정한 고객은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니라 시민, 학생과 청소년, 기업이 돼야 한다. 역대 정부마다 다양한 형태로 개방을 요구해 왔다. 예를 들면 출연연이 국민체감형 연구개발을 선도해야 하고,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해야 하고, 때로는 시민들에게 과학문화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식이다. 모양세는 다르나 정부에 의한 출연연의 기능변화와 함께 보다 개방적이기를 요구한 것이다.

출연연의 핵심기능이 국가연구개발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연구자의 주요기능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10~20%의 활동은 연구와 연계된 고객들과의 소통하는데 활용해야한다. 주말 하루 쯤 연구소에 출근해 찾아오는 시민, 학생, 청소년, 기업인을 만나보는 것은 어떤가? 출연연의 개방은 연구소의 캠퍼스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출연연의 ‘연구자’들을 공개하는 개방으로 확대돼야 한다. 외부의 개방요구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출연연 스스로 개방의 방법을 확대해 보아야 한다. 연구자들은 ‘고객’을 만나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기관은 연구자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한다. 시민들이 출연연 캠퍼스를 공원처럼 활용하거나 연구자들을 만나 최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학생들은 출연연 연구자들을 멘토 삼아 미래 과학자의 꿈을 꾸기도 하고, 기업인들은 연구자들과 만나 기술개발과 제품개발에 대한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출연연의 개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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