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치솟아 제주 여행비 급등
3박4일 1인당 66만~80만원
코로나 전보다 19만~24만원↑
"옷 사주고 용돈주면 100만원"

대전 A고 수학여행비 내역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대전 A고 수학여행비 내역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만에 수학여행이 재개되자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게 늘게 됐다. ▶관련기사 3면

일상회복으로 여행 수요가 급증한 데다가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제주도행 여행 경비가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 가구에도 부담이 될 만큼 증가했기 때문이다.

16일 대전지역 각 고등학교 학사일정에 따르면 1학기에 수학여행이 예정된 곳은 전체 64개교 중 30개교 내외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소 16개교가 제주도로 행선지를 확정했으며 이외 학교들은 국내 여행지를 두고 선호도 조사를 진행 중이거나 수도권 또는 전라권 등으로 결정했다.

제주도로 향하는 학교들의 수학여행비는 대체로 2박 3일 일정에 학생 1인당 55만~65만원 수준으로 책정되거나 이를 기준으로 여행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3박 4일 일정으로는 1인당 비용이 최소 66만원에서 최대 8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파악됐다. 감염병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1인당 19만~24만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학교들의 2019년 여행사 입찰과정을 살펴보면 기초 금액은 2박 3일 일정에 평균 33만~44만원대로 형성됐다.

보편적으로 이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이 진행돼 1인당 소요 비용은 2만~5만원 가량 더 저렴한 30만원대로 책정됐다.

실제 대전지역소재 A고교는 2019년 학생 1인당 30만원대 초반에 수학여행을 추진했지만 올해 59만원으로 확정되면서 2배 가까이 비용이 늘었다. 3박 4일 일정을 계획한 B고교의 경우 2019년 1인당 42만원이 소요됐지만 올해 66만원으로 급증했다.

총 예산은 2019년 보다 학생 수가 소폭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4970만원(53%)이 늘어 1억 4300만원으로 올라섰다.

버스비와 식비는 각각 2배 이상, 숙박비는 1.7배 가량 증가했고 항공료는 320만원이 늘어 36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B고교 관계자는 "입찰이 잘 진행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경비가 확정됐다"면서도 "물가도 크게 올라 전체 예산 규모가 대폭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4년 새 제주도 소비자 물가 지수(2020년=100)는 98.9에서 110.9로 12%p 증가했고 음식·숙박은 17%p, 항공료와 관람시설 이용료 등은 12~13%p 늘었다.

저소득층은 수학여행비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전체 여행비가 크게 늘면서 예년보다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커졌다.

대전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중위소득 80%, 3인 가구 소득이 354만여원 이하인 경우 40만원을 지원받지만 20만원 안팎의 초과분은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대전지역 40대 학부모 김 모 씨는 "옷도 사고 용돈까지 쥐어주면 거의 100만원은 든다"며 "아무리 큰돈이 들어도 코로나 때문에 중학생 때도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데다가 가뜩이나 친구들과 서먹한데 소외받게 될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내는 게 부모 심정"이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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