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일 충북과학기술혁신원 경영본부장

▲ 오병일 충북과학기술혁신원 경영본부장
▲ 오병일 충북과학기술혁신원 경영본부장

미소 냉전시대가 한참이던 1980년대 초 소련 잠수함이 미국의 레이다에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미국이 그 이유를 백방으로 찾아 보니 원인은 일본의 도시바 회사가 첨단 절삭기를 판매해 잠수함이 레이다에 잡히지 않게 된 것이었다.

이때 미국에서는 일어난 반일 감정은 불매운동으로 번졌고 도시바 사장은 사임했다. 미국 언론과 정계에서 ‘제2의 진주만 습격’이라 부를 만큼 파급력은 압도적이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른 미국은 행동을 개시했다. 일명 ‘슈퍼 301조’로 불리는 강력한 통상법과 덤핑제소, 직권조사 등을 지속적으로 퍼부었다.

견디다 못한 일본 정부는 항복선언을 했다. 미·일반도체협정에 따라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기존보다 두 배로 높이고 반도체 저가 수출도 중단했다.

또한 일본은 85년부터 자국반도체에 대한 정부지원을 금지해 반도체사업은 쇠락을 거듭했다.

이런 미일간의 반도체 전쟁 시기에 국제적 감각을 읽고 있던 삼성 고 이병철 회장은 임원진 다수의 반대를 무릎 쓰고 산업의 쌀인 미래반도체 산업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밀어붙였다.

반도체 업계 정설은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에 통상 18개월이 소모되는데, 이병철 회장은 6개월 만에 완성 하라는 지시를 했고, 엔지니어들은 24시간 휴일 없이 열심히 일했다. 반도체 공정 장비는 먼지, 진동과 같은 외부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장 반입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4㎞의 비포장도로 구간을 반나절 만에 포장하고, 거대한 선풍기로 말렸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5년 세계적 불황으로 반도체사업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2라인을 너무 빨리 지었다고 임원들은 후회하는 판국에 이병철 회장은 3라인(1MD램) 건설을 1987년 2월 지시 했다. 1987년말 반도체 경기가 호황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등해 1, 2, 3 라인을 풀가동 했으나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동안 적자를 모두 상쇄하고 흑자로 전환됐다.

이렇듯 반도체사업은 시기와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경제를 가지고 하는 치킨게임이다.

강력한 리더십, 시작점과 끝점을 찍고 불합리한 목표 임에도 불구하고 일직선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서 그 목표를 완수하는 저돌적인 추진력, 뛰어난 인재와 이들의 헌신적인 노력, 정확한 시장 및 기술 예측과 투자시기에 대한 적절한 판단이 오늘날 한국 반도체 산업의 원동력이다.

이런 원동력을 뒷받침 하기 위해 충북의 R&D전문 기관인 충북과학기술혁신원에서는 충북내의 반도체 기업을 육성키 위한 ‘반도체 글로벌 마케팅 지원사업’ 43개 과제를 지난해 수행했고 올해도 지원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우수 성과 기업을 예를 들면 청주시에 소재한 ㈜레오는 2022년 연매출 17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으로 이 사업을 통해 독일, 동남아시아 등 신규 시장 해외 판로를 개척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한 제품 생산의 증가가 지역 고용 창출로 이어졌다. 이 사업이 ㈜레오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비케이엠㈜은 현재 반도체 특수배관, 금형제조,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용 이중관 제조의 특허기술 가치 평가와 각 3건의 관련 국내 기술 및 해외 PCT를 출원해 토대를 마련했다.

충북과학기술혁신원의 이런 지원이 대한민국 반도체, 충북의 반도체 사업의 마중물 역할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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