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노사간 논의 필요성 공감하지만 근로시간 유연화 취지 희석될까 우려
노동계, 한국 2021년 노동시간 OECD 평균보다 199시간↑… 시대 역행 정책

주69시간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주69시간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한유영 기자]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놓고 근로자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지역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개편안을 대부분 환영했던 지역 중소기업 등 경영계는 이번 발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반면 노동계는 개편안 폐지에 힘을 싣고 있어 향후 근로시간제 개편안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 경영계는 노사간 충분한 논의 필요성을 이해한다면서도 근로시간 유연화 취지가 희석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2018년 도입된 주52시간 근로 단축에 따라 탄력적인 근로시간 운영이 불가해 경영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왔다.

경영계는 주단위 노동시간 개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상공회의소 소속 한 관계자는 "사용자와 노동자 둘 중 한쪽의 주장만 가지고 노동정책을 펴긴 어려운 만큼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데 공감은 하고 있다"며 "다만 현행 주52시간제는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주문량 등에 따라 기업이 노동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노동력에 효율성을 얻고 그만큼 노동자들의 휴식도 보장할 수 있다고 본다"며 "노동의 강도를 조정하면서 노사가 합의해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끔 개편안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의견수렴 과정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OECD 주요국 연간 실노동시간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OECD 주요국 연간 실노동시간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최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한국과 주요 선진국 노동 시간 규제 현황 비교’을 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실노동시간은 1915시간이다.

이는 OECD 평균보다 199시간 길고 독일보다는 연간 521시간 더 긴 수준이다.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2시간, G7평균 시간보다는 5시간 더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노동계는 현재도 근로자들이 충분히 과로에 시달리고 있는 환경에서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폐지를 강력 촉구하고 있다.

오임술 민주노총 대전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정부 노동정책은) 노동자 생명 안전과는 무관하게 사용자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 의견수렴도 결국 직종, 세대간 노동자 분열만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사용자들의 소원수리에 입각하면 근로자들은 주60시간 이상은 일을 해야 한다"며 "근로시간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옛날로 역행하는 형태를 취하는 개편안은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유영 기자yyh@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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