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혜·대전본사 디지털뉴스룸 기자

"너는 어떤 선수 좋아해?" "어제 안정환 선수 골 넣은 것 본 사람?"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필자와 친구들에게 축구선수는 지금의 아이돌과 다름없었다.

많은 남학생들이 축구선수를 장래희망으로 꼽았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지금의 아이돌 포토카드와 흡사한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진을 팔기도 했다.

그 무렵 대전은 ‘축구특별시’라는 별칭으로 명성을 떨쳤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전신 대전시티즌은 2001년 FA컵 우승을 차지하고 2000년대 초반 김은중, 이관우, 최은성 등의 활약에 힘입어 K리그 인기 구단으로 떠올랐다.

2003시즌엔 평균관중 1만 9000명, 주중 최다관중 4만 3700명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내부비리, 성적부진 등이 이어진데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15년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시민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돈먹는 하마’라고 비판 받던 대전시티즌은 2020년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기업구단으로 새출발하게 됐다. 모기업인 하나금융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하나시티즌은 점점 변화된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승격 문턱을 밟기도 했다. 2021시즌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하나시티즌은 전남과 안양을 꺾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라 강원FC와의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1-4로 패하면서 승격을 눈 앞에서 놓쳐 많은 시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승격좌절 이후 더 단단해진 하나시티즌은 마침내 올해 2부리그로 강등된지 8년만에 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하나금융그룹의 통큰 투자와 함께 1부리그를 향한 이민성 감독을 비롯한 하나시티즌 선수단의 간절함이 통했다. 두번의 실패는 절대 없다는 일념 아래 ‘원팀’을 이룬 하나시티즌 선수단은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천에게 선취골에 허용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는 이진현의 멀티골과 김인균, 김승섭의 추가골이 이어지면서 4-0으로 김천을 완파했다.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하나시티즌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승격을 이끄는데 한 몫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팬들로부터 엄중한 쓴소리도 나왔지만 이 역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해 하나시티즌이 내년 1부리그에서도 훨훨 날길 바란다. 아울러 아시아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 축구특별시의 위상을 다시 세워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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