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쌀의 추락 4
전국쌀생산자協 쌀 생산비 조사
생산비 전년 대비 24.6% 증가
판매 수익은 42.2% 줄어들어
3㏊ 지으면 약 150만원 손해
지난해는 1389만원 소득 대조
"이대로면 농사 지을 이유 없어"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쌀 생산원가는 증가하는 반면 쌀값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올해 벼농가는 재배면적 3㏊(9075평·약 45마지기) 기준으로 연 15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전국쌀생산자협회(이하 협회)로부터 제공받은 ‘2022년 쌀 생산비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농가의 벼(나락) 판매 수익은 1마지기(200평) 당 49만 5000원으로, 지난해(70만 4000원)보다 4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올해와 지난해의 작황 상황에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보고, 2개년 모두 마지기당 벼 생산량을 440㎏로 산정했다.

벼 판매 가격은 40㎏ 포대 당 지난해 6만 4000원, 올해 4만 5000원으로 잡았다.

현재 조생벼가 5만 1000원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내달 만생벼가 대량 출하되면 쌀값이 더욱 하락할 것을 감안한 결과라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쌀값이 하락하는 동안 생산원가는 크게 올랐다. 협회가 계산한 올해 1마지기 당 벼 재배 비용은 65만 9750원으로, 지난해(52만 9500원)보다 24.6% 증가했다. 육모, 거름, 제초, 병충해 방제, 농기계 사용료, 벼 건조 및 운반 등 벼농사의 기본 요소 중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벼 건조비는 지난해 2만원에서 올해 3만 5000원으로 75% 급등했고, 밑거름도 같은기간 1만 2000원에서 2만원으로 67% 뛰었다. 이같은 분석에 따라 올해 벼농가의 생산소득은 1마지기 당 마이너스 16만 4750원으로 잠정 집계된다. 이를 재배면적 3㏊로 환산한 연 생산소득은 약 마이너스 747만 6000원. 여기에 충남도가 지원하는 농민수당(2인가구 기준 80만원)과 공익형직불금(518만원)을 감안해도 적자액은 악 149만 6000원으로 추산된다.

벼농가의 절반(2021년 기준 53%)이 3㏊ 이상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에서, 편차가 있겠지만 다수의 농가가 올해 150만원 이상의 손실을 봤을 것을 풀이된다.

실제 재배면적별로 다시 계산해도 1㏊에서만 8만 8000원의 소폭 흑자가 났을 뿐, △2㏊ 70만 4000원 △5㏊ 299만 9000원 △10㏊ 897만 8000원 등 그 이상에서는 적자 흐름이 그대로였다.

물론 협회 관계자는 대농의 경우 개인창고에 벼를 자체 격리해 쌀값 하락에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고, 농기계 임대료 등 부가수입도 챙겨 실제 수입은 분석보다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농 역시 쌀값 하락과 생산원가 상승이란 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으로, 한해의 결실이 적자라면 농가 입장에서는 더는 벼농사를 지을 이유가 없다.

엄청나 협회 정책위원장은 "현재 조생벼가 5만 1000원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내달 추수가 시작되면 쌀값은 더욱 곤두박질칠 것"이라며 "지출은 이번 조사에서 자가노동비용을 제외했는데도 수입을 앞질렀다"고 지적했다.

엄 위원장은 "오는 23일 충남 내 모든 시·군에서 논 갈아엎기를 할 예정"이라며 "역대급 ‘쌀값 대란’ 속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니 국민의 식량과 농민의 생존이 달린 논을 갈아엎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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