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권자 총수 12만 240명
준비불구 오전 투표율 17.77%
청원군·행안부 등 투표독려나서
개표조건 33.3% 3.42%p 넘겨
찬성 3만 4725표·반대 9212표

▲ 2012년 6월 27일 청원군 주민투표에서 청주·청원 통합이 확정된 후 이시종 충북도지사(가운데)·한범덕 청주시장(왼쪽)·이종윤 청원군수(오른쪽)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충청투데이 DB
▲ 2012년 6월 27일 청원군 주민투표에서 청주·청원 통합이 확정된 후 이두영(왼쪽) 청원청주통합시민협의회 사무국장과 남기용(오른쪽·현 청주시상생발전위원장) 청원청주통합군민협의회 사무국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주시통합백서 DB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2012년 6월 27일 청주·청원 통합을 최종 결정할 청원군 지역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이미 청주시는 시의회의 만장일치 의결을 통해 통합을 결정한 후였다.

관건은 투표율이었다. 당시의 주민투표법상 투표권자 총수의 33.3% 이상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으면 안건은 자동폐기됐다.

청원군 지역의 주민투표권자 총수는 12만 240명이었다. 33.3% 이상의 투표율이 나오려면 4만 39명 이상이 투표장에 나와야 했다.

충북도, 청주시, 청원군은 주민투표율 제고(提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중앙 정부도 합세했다. 청원지킴이는 투표율을 낮춰 부결시키는 전략을 폈다.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은 주민투표를 앞두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했다. 우선 청원군은 각 읍·면별로 간부공무원을 중심으로 마을별 담당자를 배치했다. 청원군공무원노조가 통합 반대를 외치며 청원지킴이에 합류했기 때문에 실무 공무원 동원은 쉽지 않았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주민투표일 전부터 청주·청원 지역 각 기업체를 돌며 주민투표 당일 청원군에 주소를 둔 직원들의 투표기회를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투표 당일에는 청원군 지역에 연고를 둔 공무원들을 연고지로 배치해 투표 독려에 나서게 했다. 또 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청원군에 주소를 둔 지인을 찾아 투표를 독려하는 운동을 펼쳤다. 각 동별 직능단체도 자매결연 읍·면 직능단체를 상대로 투표 독려 활동을 진행했다.

이런 준비에도 불구하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주민투표의 투표율은 오전 내내 매우 저조했다

이날 이종윤(현 충북문화재연구원장) 청원군수는 출입기자들과 함께 한 오찬 자리에서 초조함을 내비쳤다. 오전 내내 투표 독려 전화를 돌렸다는 이 군수는 "선거는 후보자들이 자신의 조직을 동원해 투표에 나서게 하지만 주민투표는 그런 조직이 없다"며 "오전 투표율이 예상 보다 크게 낮아 고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까지 누적 투표율은 17.77%에 불과했다.

청원군은 사전에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찬성·반대를 표명하지 않는 공무원의 투표 독려는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아 놨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합법과 불법의 명확한 구분은 어려웠다. 통합 반대 측은 마지막까지 저항을 이어갔다. 청원지킴이가 각 읍·면별로 배치한 투표 감시단이 투표 독려에 나선 공무원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통합에 반대하는 마을 이장이 투표 독려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방송장비의 키를 가지고 사라지거나 외지로 출타를 나가기도 했다.

오전 투표율이 저조하자 그 동안 ‘조용한 지원’에 집중했던 행정안전부도 직접 나서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청원군 지역 기관과 관련된 중앙부처를 압박했다. 이후 제17전투비행단과 공군사관학교의 간부숙소와 군인아파트에 버스가 출동해 군인 및 가족을 투표장으로 이송시켰다. 오송에 위치한 6개 국책기관 직원들에게도 "청원군에 주소를 둔 직원은 당장 나가 투표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충북도와 청주시, 청원군도 비상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이날 오후 3시 청원군청을 방문해 투표율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긴급지시를 내렸다. 충북도 각 부서는 청원군 내 관련기관에 투표 협조를 재차 요청했다. 청주시는 오후 3시 이후 가용 가능한 전 공무원을 투표 독려에 투입했다. 청원군은 이 군수의 지시로 인구밀집지역인 오창읍과 오송읍에 투표 독려 인력을 집중시켰다.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 투표 독려를 멈추고 마지막 총력전을 펼친 것이다. 투표 독려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현관에서 주민들을 투표소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잠잠하던 투표율은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오창과학산업단지를 비롯해 청원군에 위치한 기업들이 주민투표 참여를 위해 조기퇴근을 결정했다. 오후 내내 한가했던 오창과 오송 지역 투표소에 비로소 투표자들의 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청원군 내 기업들은 주소지가 청원군이라는 이유로 투자유치와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기업들의 찬성 및 협조는 청주·청원 통합의 마지막 키가 됐다.

그리고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투표율은 36.75%를 기록했다. 개표 조건 33.3%를 3.42%p 넘긴 수치다.

12만 24명의 투표권자 중 4만 4191명이 투표했다. 찬성은 3만 4725표, 반대는 9212표, 무효투표는 253표였다. 찬성율 78.6%로 청주·청원은 분리 66년 만, 최초의 통합 시도 후 18년 만에 3번의 실패 끝에 통합에 성공한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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