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종적십자사 내 각종 설비 구비됐지만
北과 대화 단절로 생사확인·서신교환 어려워
관계자 “기회 언제 올지 몰라 유지·보수 지속”

대전세종적십자사 화상상봉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대전세종적십자사 화상상봉장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서유빈 기자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쓸모 잃은 대전세종적십자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에는 적막만이 흐르고 있다.

7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현재 20개 화상상봉장이 운영 중이고 충청권에는 대전과 충북 청주, 충남 홍성에 각각 설치돼 있다.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은 연로해 장시간 거동이 불편한 이산가족들이 화상으로나마 북녘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남북관계 악화로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이 2018년 이후 5년째 전면 중단되면서 화상상봉장도 주인을 잃고 방치된 상태다.

대전세종적십자사 내 있는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역시 2005년 8월 개소 직후 지역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4가족이 시범 운영에 참여한 게 전부다.

전국 기준으로 화상상봉장 운영 현황을 보면 총 7회에 걸쳐 557가족, 3748명이 화상 상봉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05년 3회, 2006년 1회, 2007년 3회 등이다.

대면 상봉의 경우 총 21회 동안 4290가족, 2만 604명이 참여했고 2018년 8월이 마지막이다.

대전세종적십자사 화상상봉장 내부 모습. 사진=서유빈 기자
대전세종적십자사 화상상봉장 내부 모습. 사진=서유빈 기자

대전세종적십자사 내 화상상봉장은 2019년 리모델링 이후 TV와 카메라, 인터넷을 비롯해 탁자와 의자 등이 구비돼 있다.

생존 이산가족들의 화상 상봉을 위한 준비가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남북관계처럼 화상상봉장도 시간이 멈춘 듯만 하다.

남북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는 이산가족 생애보 사업 등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북한이 모든 대화를 단절하며 최소한의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최근 5년 간 당국 차원의 이산가족 생사확인은 0건, 민간 차원 생사확인은 2019년 2건, 2022년 1건에 그쳤다.

서신 교환은 △2019년 16건 △2020년 4건 △2021년 3건 △2022년 3건 △2023년 2건 등 28건에 불과했다.

특히 최근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재개 시점을 더욱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대전세종적십자사 관계자는 "남북관계에 평화의 물꼬가 터져야 대면이나 화상 상봉이 가능할 텐데 현재는 적십자사에서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어렵다"며 "다만 앞으로 화상 상봉의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니 살아계신 이산가족 분들이 생전에 한 번 가족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게 화상상봉장을 유지·보수해가면서 유사시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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