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이클릭아트 제공.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 때면 유독 가슴이 아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남북 이산가족들이다. 내일이면 혈육을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지내온 세월이 벌써 수십 년이다. 그러는 사이 꽤 많은 이산가족들이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했다. 이제 생존 이산가족은 3만9593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중 대전, 세종, 충남·북 등 충청권 생존 이산가족은 3587명 뿐 이다. 5년 전 4955명에서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산가족들이 대부분 고령인 탓에 매년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실제 생존 이산가족의 약 95%는80세 이상 고령자다.

이산가족들의 꿈은 단 한번만이라도 생전에 혈육을 만나는 것이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1985년 역사적인 첫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후 모두 21차례의 대면상봉으로 2만761명의 이산가족이 만났다. 하지만 2018년 8월에 열린 제21차 상봉을 마지막으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의 문은 굳게 닫히고 말았다. 북한의 핵개발과 이명박 정권 당시 금강산에서의 박왕자씨 피살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오랫동안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들이 직접 만나지 못한다면 화상으로나마 회포를 나누는 방법이 있으나 이마저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최근 본보 기자가 방문한 대전세종적십자사 이산가족 화상상봉장은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었다고 한다. 충청권에는 대전과 충남 홍성, 충북 청주에 화상상봉장이 각각 설치돼 있다. 거동이 불편한 이산가족들이 화상을 통해 북녘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게끔 시설을 갖췄으나 활용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기다리다 지친 이산가족들은 최소한 혈육의 생사를 확인하고, 서신교환의 길이 트이길 고대하고 있다. 매년 300명 가량의 이산가족이 북녘에 두고 온 일가친척을 만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다. 남북 대치상황에 미뤄 언제 이산가족 상봉이 재계될지 가름조차 할 수 없다. 정녕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 줄 수는 없는 건가. 이념을 떠나 인도적 차원에서 대면상봉과 화상상봉의 장이 활짝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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