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전역 예매 현장 가보니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은 노인들
비대면 온라인·전화 사전예매 어려움
“바쁜 자식 귀찮게 하기 싫어 직접 와”

설 승차권 예매와 일반 예매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사진=전지원 수습기자
설 승차권 예매와 일반 예매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 사진=전지원 수습기자

[충청투데이 윤경식 기자]

"아들이 표 끊어준다고 했는데 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

김덕수(83) 씨는 대신 표를 예매해준다는 아들을 번거롭게 하기 싫어 직접 역에 왔다고 설명했다.

11일 오후 대전역은 김 씨처럼 현장예매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교통약자 사전예매 기간 동안 표를 구하지 못한 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다.

앞서 코레일은 이달 8~9일 이틀동안 만 65세 이상 노약자를 포함, 교통약자 대상 온라인·전화 사전예매를 실시했다.

이날 잔여석 현장 예매 줄에 서있는 사람 대부분은 어르신들이었다.

인터넷과 전화 사용이 익숙지 않아 사전예매를 시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나이 먹으면 의심이 많아서 내가 표를 직접 봐야 불안한 마음이 없어진다"며 비대면 예매 방식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대면창구에 줄을 서며 다리 통증을 호소하던 하던 김 씨는 줄은 선 지 1시간 만에 겨우 앞줄에 다다를 수 있었다.

같은 날 현장예매를 위해 대전역을 찾은 안병천(71) 씨 도 상황은 마찬가지.

안 씨는 역에 오기 전 날 코레일에 전화해서 "인터넷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설날 예매 어떻게 하냐"고 물었는데 현장예매를 원하면 역에 방문하면 된다는 답을 받아 시간을 쪼개서 역에 왔다고 설명했다.

안 씨는 "사전예매 진행 사실조차 몰랐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을 위해 이틀간 사전예매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사실 비대면 예매를 할줄 모른다. 차라리 하루는 교통약자를 위한 대면 창구를 열어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며 "이렇게 기다리게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코레일은 이번 설 예매를 앞두고 교통약자를 위해 배정 좌석 비율을 20%로 늘리고 전화예매를 도입했다.

어르신들은 홍보 부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대전역을 직접 방문한 시민들 중 상당수는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예매 실시를 몰랐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대전역에서 만난 신동문(67) 씨는 "교통약자를 위한 사전예매를 어디선가 듣긴 했지만, 우리는 나이가 있다 보니 여러 번 말해줘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 아마 그 사전예매에 대한 정보를 10명이 들었다고 하더라도 5명은 금세 잊어버렸을 것"이라며 교통약자를 위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노약자들을 배려해 사전예매 시 대면창구를 함께 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설 승차권 예매를 위해 현장에서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전지원 수습기자
설 승차권 예매를 위해 현장에서 줄을 서고 있다. 사진=전지원 수습기자

윤경식 기자·전지원 수습기자 ksyoon110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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