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정 한전 충북본부 전략경영부 팀장

민세정 한전 충북본부 전략경영부 팀장
민세정 한전 충북본부 전략경영부 팀장

오송참사가 있기 전날 호우대비 밤샘 비상근무를 해야 했다. 새벽녘부터 거세진 비바람에 정전이 이어져 직원들은 정전복구로 고전했다. 근무를 마치고 귀가 중 밤새 불어난 미호강을 보고 공포에 압도당했다. 성난 코끼리떼처럼 엄청난 면적을 휩쓸며 넘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수해가 안타까운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기고 지나간 뒤에는 높아진 기온 탓에 외래종 해충이 들끓어 천변 벚꽃나무들은 가지만 남긴 채 사투를 벌였다. 나의 고향을 품고 유유히 흐르던 아름다운 미호강이 고통받는 것을 보니 참담하였고 머지않은 날 나와 나의 가족도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에 걱정이 앞섰다. 이제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은 나의 문제가 되었다.

몇 해 전 1800년대 일본의 사상가 미즈노 남보쿠의 ‘절제의 성공학’이라는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메모해 둔 적이 있다. 방탕했던 젊은 시절 그는 범죄로 투옥 당시 범죄자들의 관상이 일반인과 다름을 깨닫고 출소 후 관상가가 되었으며 혹독한 수행을 통해 ‘절제’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만물을 아끼면 만물이 돕는다. 만물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만물에 버림받는다. 도구는 소중히 사용하고 버릴 때는 깨끗이 씻어 태우거나 잘 묻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넓은 정원이 있다면 식물을 가꾸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생각에 탄소중립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생산과 소비생활로 인하여 발생한 탄소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흡수원’을 증가시켜 배출한 탄소를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온실가스를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은 조림이나 탄소포집이 있는 데 조림은 면적의 한계가 있고 탄소포집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라 흡수원을 통한 탄소 감축은 아직 요원하다.

결국 탄소중립의 가장 현실적이고 빠른 방법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 된다.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3은 에너지 분야에서 비롯되기에 에너지 절약의 의미는 더욱 중요하다. 과거의 에너지 절약이 무역적자와 경제적 위기극복에 있었다면 지금의 에너지 절약은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고 안전한 지구를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하는 의무라는 인식을 가지고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다행히 에너지 절약은 밥솥코드 뽑기처럼 관심만 가지면 당장 실천이 가능하며 방법도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절약을 통한 경비 절감과 에너지 캐시백과 같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탄소중립의 큰 축이다. 화석연료와는 달리 소모되지 않으며 탄소배출이 적은 재생에너지의 사용비중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자급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량 예측이 어렵고,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균형으로 인한 송전망 혼잡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런 점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인력, 설비를 모두 갖춘 한국전력은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에너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적임자라 할 수 있다. 향후 엄청나게 성장할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있어 에너지 자립도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라도 한국전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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