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십이지장 궤양·자반증 등과 연관
IRAC, 헬리코박터균 1급 발암물질 공표
위생적 환경 영향… 예방보다는 치료 중요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인류의 시작과 함께 사람의 위속에 기생하는 균이다. 전 세계 인구의 50%, 우리나라 인구의 약 60%가 이 균에 감염돼 있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균이 포함된 오염물 또는 음식물을 통해 옮긴다.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별 증상 없이 일평생을 보내는데 일부에서 위궤양과 십이지장 궤양, 그리고 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헬리코박터 균으로 인한 질병은 무엇인가?

헬리코박터 균과 연관된 질병은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점막 림프종(MALT 림프종), 그리고 원인 미상의 빈혈과 자반증이 있다. 빈혈은 소아에서 성장장애를 유도해 또래보다 키가 작을 확률이 40%라고 알려진다. 헬리코박터 균과 연관된 질병 중에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암이다. 대개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면 20%의 사람은 별 증상 없이 보통 위염만 갖고 일생을 보낸다. 나머지 80%에서는 만성 위염과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점막 림프종 (MALT 림프종) 등이 발생한다. 만성 위염은 감염 후 십수 년이 지나면 만성위축성 위염이 되고, 그다음에는 장상피화생이 생기고, 그다음에는 위선종을 거쳐 위암으로 발전한다. 헬리코박터 양성인 만성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은 헬리코박터 음성인 보통 위염인 사람보다 각각 6배, 10배 위암 발생률이 높다. 그러나 심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처럼 형태학적으로 많이 진행이 되어버리면 제균을 해도 병변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돌아오지 않는 포인트, 즉 ‘Point of No Return’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젊은 나이에 헬리코박터 균이 있나 없나 검사해서 일찌감치 제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위암 예방법이다.

◆헬리코박터가 위암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무엇인가?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의 수십 년간의 여러 다양한 임상 연구결과를 통해 헬리코박터가 강력한 위암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1994년 세계보건기구인 WHO 산하 국제암 연구소 (IRAC)는 헬리코박터 균을 1급 발암물질로 공표했다. 그리고 2005년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 위원회는 헬리코박터에 대한 연구공로로 호주의 마샬 박사와 워렌 박사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한 것도 한 증거라고 볼 수 있다.

◆헬리코박터 균의 진단

헬리코박터 균의 항체를 검사하는 혈액검사와 최근 유럽과 소아에서 인기가 높은 헬리코박터 균의 항원을 검사하는 대변검사가 있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이고 정확한 검사는 위내시경검사를 하면서 위점막 조직을 떼어내어 검사하는 신속요소분해효소검사(CLO 검사)와 호흡으로 검사하는 요소호흡검사(UBT)이다.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요구르트 먹으면 제균이 되나?

원칙적으로 헬리코박터에 잘 듣는 항생제를 복용한다. 1차 제균약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7일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1차 제균에 실패하면 2차 제균약, 2차 제균 실패하면 3차 제균약을 10일 내지 14일 복용한다. 요구르트와 같은 유산균제제는 헬리코박터 치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고 설사와 복통 등의 약물 부작용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헬리코박터 제균하면 어떤 이득이 있나?

만성 소화불량 환자가 제균을 하면 환자의 약 10%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나머지 90%는 제균 후에도 증상이 남아있다. 위궤양과 십이지장 궤양 환자에서 제균이 성공하면 궤양이 빨리 아물고, 재발이 거의 없다. 만성 위축성 위염에서 제균에 성공하면 위암 발생률을 1/3로 줄인다. 위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1/4로 줄일 수 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일상 속 예방법

헬리코박터 감염에 대한 예방법은 과거에는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어릴 때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집안 내에서 감염됐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아기들에게 밥을 씹어서 먹이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고, 생활환경이 청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식수, 화장실, 거주공간이 아주 청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되어 있다. 그러나 요즘 10대 20대는 훨씬 위생적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헬리코박터 균 감염률이 매우 낮다. 따라서 예방보다는 검사와 치료가 중요하다. 즉, 위내시경검사를 받으면서 헬리코박터 균 검사를 하고, 만약 헬리코박터 균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제균해야 한다. 헬리코박터를 제균한 이후에는 정기적인 위내시경검사를 받으시기를 추천한다. 일반적인 발적성 (= 표재성, 홍반성) 위염인 경우에는 2년에 1회 위내시경검사가 원칙이다. 하지만 만성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인 경우에는 1년 혹은 6개월마다 검사하는 것이 권장된다. 국가에서도 40세 이상 국민에게 2년에 한 번 씩 위내시경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도움말=장영운 천안우리병원 내과 종합검진센터 진료부원장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