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김광현 충남도 총괄건축가
道 끊임없는 요청으로 직 맡게 돼
공공건축물·도시공간 관리 등 역할
주택공급책 ‘리브투게더’ 프로젝트
아파트 저층 공용공간 활용안 고민
새로운 농촌 주거의 모델 제시되길
건축에 지역색 녹이는 법 ‘작은 집’
랜드마크 보다 일상 품은 집 더 중요
내포 출범 10년, 계획도시 단점 여전
시간 지나 사람 흔적 쌓여 해결될 것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충남도가 한국 건축의 거장을 모셨다. 김광현 서울대 명예교수를 지난 7월 총괄건축가로 위촉한 것이다. 총괄건축가는 도의 공공건축물, 도시공간 조성의 전반을 말 그대로 총괄하는 자리다. 김 교수는 1993년부터 서울대에서 건축학을 가르치기 시작해 박사 38명과 석사 108명을 양성한 한국 건축의 스승이다. 국내에서 건축기본법 제정을 처음으로 주장하고 연구한 것도 김 교수다. 그는 충남에 연고는 없지만, 도의 끊임없는 요청에 총괄건축가를 맡기로 했다고 한다. 충청투데이는 김 교수를 만나 충남의 건축, 나아가 도시·농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충남도의 총괄건축가로 온 배경이 궁금하다.

"특별한 연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년퇴직 후 내포스포츠센터나 자연놀이뜰 같이 충남 공공건축물에 대해 자문을 몇 번 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중 올초 도 공무원들로부터 총괄건축가로 위촉하고 싶다는 요청을 받았다. 충남이란 지역을 깊게 모르는 입장에서 맡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처음에 거절했다. 10번 넘게 거절한 것 같은데 도에서 계속 연락을 주고 서울로까지 찾아왔다. 그런 점에서 진정성을 느꼈던 것 같다."

-약 4개월 정도 됐다.

"매주 목요일마다 도청으로 와 일하고 있고 필요하면 다른 요일에도 내려오고 있다. 할 일이 많다. 16일에는 보령시에서 빛돌숲을 조성한다고 해 살폈는데, 조만간 보령으로 가 현장을 보고 시 담당자와도 얘기를 나눌 생각이다. 또 도청으로 출근하지 않는 날에도 집에서 할 일이 있다. 지금도 건축심의기준을 검토해 달라고 해 계속 보고 있다. 도청 건축직들이 잘 챙겨줘 어려움이 없다. 또 최근 건축공간연구원에 있는 제자를 만났는데, 총괄건축가의 모범을 보여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하더라.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총괄건축가 개념이 생소하다.

"명함에 영어로 ‘Government Architect’로 돼 있다. 지방정부의 건축가로서 지역의 공공건축물, 나아가 도시공간 조성의 전반을 컨트롤하는 자리가 총괄건축가다. 원래 건축기본법상 개념은 민간건축가인데, 서울시에서 이를 총괄건축가로 바꿔 사용하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건축기본법 제정을 주장하고 법안을 연구했던 사람으로서, 민간건축가보다 총괄건축가라는 말이 더 좋다. 법에 명시하려 한 국가건축가 또는 공공건축가는 아니지만, 민간보다는 총괄이 더 건축의 역할을 높이는 표현이라고 본다."

-충남도의 주택공급정책인 ‘리브투게더’를 평가한다면.

"좋은 프로젝트다. 일단 이름이 좋다. 함께 살자는 뜻 아닌가. 다만 도시리브투게더의 경우 입주시점 분양가로 6년 후 분양이나 초저금리 대출 지원 등을 강점으로 하는데, 이는 다른 시·도에서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파트 저층의 공용공간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충남만의 건축물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또 농촌리브투게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농촌 주거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귀농한 사람들이 충남에 와서 대접받는 느낌을 받는 집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집도 우선 잘 지어야겠지만, 기존 주민들이 새 입주민을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멋진 집이어도 사람이 나가고 비어 있으면 의미 없다."

-건축에 충남만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방법이 있는가.

"도에서도 관련 용역을 하겠다길래 그러지 말라고 했다. 지역색을 건축에 녹이는 방법은 ‘작은 집’에 있다고 생각한다. 크고 잘생긴 랜드마크 하나보다 실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집이 더 중요하다. 내포신도시에 세계적인 건축물이 생긴다고 도민이 매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농·산·어촌의 집을 정성스럽게 제대로 지어야 한다. 돈이 안 된다고 건성으로 하지 말고 주민이 원하는 사항에 귀 기울이며 설계해야 한다. 시골의 어르신이 기쁘면 자녀, 손자도 기쁘고 그렇게 계속 누군가 살면서 지역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작은 집인 만큼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고 정책의 효과는 빠르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내포신도시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다.

"세종처럼 내포도 계획도시의 단점을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시간이 누적되지 않았다 보니 내포 어디를 가든 다 비슷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본다. 도시는 처음 만든 데서 멈추지 않는다. 10년, 20년이 지나면서 사람의 흔적이 쌓이면 내포의 모습도 다양해지고 활력을 띌 것이다. 즉 인구를 늘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포라는 도시가 앞으로 발전할지는 초등학교 3~4학년을 생각하면 된다. 아동이 학업, 직장, 결혼 등 이유로 언젠가 지역을 떠날 텐데 내포를 고향으로 느낀다면 성공한 도시다. 건축, 도시 정책은 이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김태흠 지사에게 직접 건의한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

"최근 저녁식사 자리에서 도정에 ‘건축국’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업무에 건축이 걸쳐 있지 않은 실·과가 없을 정도다. 예를 들어 충남의병기념관 건립은 문화체육관광국, 안서동 대학로 조성은 청년정책관실, 하물며 어린이집 하나를 지어도 복지보건국이다. 결국 건축은 도, 충남 전체의 일이다. 좋은 건축물은 도민의 삶을 이롭게 한다. 각 부서가 추진하는 건축물이 제대로 지어지려면 건축 전문 부서를 국으로 승격시킬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마디 한다면.

"건축을 무시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 1년에 50명이 다니는 유치원을 지으면 20년 동안 1000명이다. 건축은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 또 건축은 단순히 건축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짓는 행위 자체는 건축가의 몫이더라도, 어떤 건축물을 만들지 고민은 공공건축에서 지자체의 역할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자기의 일처럼 관심을 보이고 참여할 때 좋은 건축물이 나온다고 믿는다. 총괄건축가로 충남에 있는 동안 건축과 도시를 통해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겠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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