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시사회서비스원 원장

항상 ‘처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특별하다. 처음을 맞이하는 기분은 한 스푼의 두려움과 적당한 떨림 그리고 설렘이 가슴으로부터 혈관을 따라 온몸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그런 감정을 딱 한 번만 경험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며칠 전 직원과 점심을 먹다가 "원장님의 첫 사회생활은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모처럼 40여 년 전 아득한 기억을 더듬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 웅변대회에서 1등을 하고 모 주식회사의 실습생으로 들어갔다.

당시에는 첫 출근을 맞이하는 기분이 설렘보다는 떨림이 컸다.

새로운 곳에서 잘할 수 있을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지 여러 생각 때문에 속된 말로 ‘덜덜’ 떨렸다.

걱정과 달리 총무과에 배치받은 첫날부터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앳된 막내가 귀여웠는지 대표님부터 모든 직원이 잘 챙겨줬다.

후덕한 인상의 대표님은 어려운 가정 환경에 교복만 입고 출근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옷 하나 챙겨 입으라고 따로 월급을 더 챙겨줬다.

월급을 받는 날이면 1만 6천 원이 담긴 노란 봉투를 가슴 고이 품고 어머니에게 고스란히 건넸던 추억이 있다.

대전시사회서비스원으로 출근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모처럼 서랍 아래 간직하고 있던 취임사를 꺼냈다.

‘취임 약속’이라는 제목 아래 ‘선우후락’의 각오와 함께 직원들에게 3가지를 약속했다.

시민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조직혁신과 함께 사회서비스원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취임 이후 사회서비스 현장을 중심으로 대전시, 의회, 자치구와 소통하며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밤낮없이 뛰었다.

기술의 발전만큼 다변화하는 사회 변화에 발맞춰 사업 확장과 신규 사업을 추진했다.

민선 8기 공약의 일환으로 전국 최초 장애인 시설 전담 대체인력 지원사업과 장애인 긴급돌봄 사업을 시작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기관 공모에도 참여해 내년부터는 ‘대전·세종 성별영향평가센터’와 ‘대전·세종 양성평등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양성평등 교육 및 문화확산에 기여할 예정이다.

특히 사회서비스 현장과 소통하며 종사자들이 가장 원했던 것이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 개선’이었다.

올해 초 이장우 시장님의 기관 방문 때 사회서비스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고,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시설과 종사자에 대한 현황 분석 그리고 관계자 간담회 및 면접을 진행했다.

해당 연구에 대한 최종 보고서가 오는 12월에 나온다.

40년 전 고등학교 때 맞이했던 첫 직장 생활부터 현재까지의 시간도 빨랐지만 유독 지난 1년이 참 빨리 지나갔다.

처음을 맞이하는 기분은 딱 한 번만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대전시사회서비스원 원장으로 출근하며 느꼈던 ‘설렘’은 현재 진행형이다.

내게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사회적 약자를 돌볼 수 있는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음에 매일 감사함을 느낀다.

책의 첫 장을 열면 마지막 장으로 향하듯이 언제나 처음과 끝은 함께한다.

시민을 위한 자리인 만큼 주어진 사명과 첫 출근길의 설렘을 안고 지나온 일 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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