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빈대는 생소한 존재였다. 속담이나 비유에서 간간이 등장할 뿐이었다. 심지어 요즘은 그 표현들조차 잘 쓰지 않는다. 고로 빈대는 그저 가난한 과거의 산물일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에 태어난 엄마조차 빈대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참빗으로 ‘이’는 쫓아봤어도 빈대는 경험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 빈대는 희귀 포켓몬보다 더 희귀한 ‘고대의 해충’이었다. 그리고 그게 참 다행이었다. 영원히 몰라도 될 뻔했다.

☞2023년 늦가을, 대한민국은 빈대 탓에 난리다. 21세기에 일어나는 일이 맞나 싶다. 전국서 접수된 빈대 신고 건수(6일 기준)는 30여건에 달한다. 숙박업소는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있어 실제 발생건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 생소한 존재만큼 출몰 배경 또한 명확하지 않다. 그저 코로나 이후 해외 관광객이 늘며 자연스럽게 유입됐을 거라 추측할 뿐이다. 빈대가 해외 관광객에 ‘빈대 붙어’ 우리나라까지 왔다는 거다. 늘어난 국제 택배 또한 발생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상기후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더워지며 빈대가 살기 좋아졌다는 거다.

☞일상에 ‘빈대 붙은’ 빈대 때문에 평화가 깨졌다. 목격담이 늘어날수록 공포는 커지고 있다. 한 물류업체에서 빈대를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와 난리가 나기도 했다. 이에 택배를 밖에서 뜯어야 빈대를 예방할 수 있다는 수칙이 공유되기도 했다. 하지만 택배를 통한 빈대 유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중교통 또한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하철·버스에서 빈 자리가 나도 빈대가 옮을까봐 앉지 않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 말에 따르면 대중교통은 빈대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거세지고 있다. 빈대가 두려워 여행·숙박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른바 ‘빈대 포비아’다.

☞공포도 이해는 간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빈대는 정말 무시무시한 존재다. 빈대는 자신의 몸무게 6배까지 흡혈이 가능하다. 또한 한번 흡혈로 최대 1년간 생존하며 번식력이 강하다. 빈대에 물리면 가려움증이 생기고 간혹 고열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려움증은 사람을 충분히 미치게 할 수 있다. 만약 빈대가 발견됐다면 스팀 고열·진공 청소를 해야 한다. 오염된 직물을 50~60℃ 건조기에 약 30분 이상 돌리고 살충제 처리도 해야 한다. 제발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바란다. 그만 빈대 붙길.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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