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 박병석 국회의원(민주당·대전 서구갑·첫줄 왼쪽 세 번째)이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윤경식 기자.
6일 박병석 국회의원(민주당·대전 서구갑·첫줄 왼쪽 세 번째)이 대전시의회 기자실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윤경식 기자.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서구갑)이 6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현역 의원 중 최다선(6선)인 박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나의 빈 자리는 시대 소명이 투철하고 균형감각과 열정을 가진 새 사람이 맡아주길 염원 한다"는 불출마의 변을 토했다. 박 의원은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갑에 출마해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만 내리 6선을 했다. 정치인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 박 의원이 그런 케이스라고 하겠다.

박 의원이 정치권과 지역에 끼친 영향은 자못 크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법 통과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은 중진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4선의 우상호 의원과 초선의 오영환 의원이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민주당 중진 의원들의 용퇴론에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박 의원은 "선수가 출마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저의 불출마에 따라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볼 기회도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박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을 민주당 차기 주자가 누가 될지는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른다. 현재 몇몇 후보군이 입방에 오르고 있으나 관건은 박 의원의 ‘복심’이 아닐까 싶다.

박 의원은 23년 전 지역주의 타파라는 간절한 꿈이 있어 정계에 입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산이 두 번 이상 변한 지금 지역주의는 외려 고착화됐다. 박 의원은 비록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의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다. 선거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박 의원은 "1당이든 2당이든 다른 정당과 합의해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는 선거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지역발전에 매진하는 모습을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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