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환·충남본부 공주담당 기자

[충청투데이 김익환 기자] 소통행정, 투명하고 공정한 집행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들고 나오는 의례적인 문구들이다, 하지만 현실은 당선만 되고 나면 ‘내가 언제 저런말들을 했냐’ 모르쇠로 일관한다.

아니 실제로 그들은 모를 수도 있다. 정치인들이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려 뻑하면 모른다고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하는 것을 우리는 수없이 목도했으니까 그리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하지만 매번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그 아픔이 상쇄되는 것도 아닐 터...

최근 공주 시민들의 심정이 그러하다. 최원철 공주시장은 민선8기 취임초부터 시민들과 소통행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시정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최 시장은 지난 7월 민선8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간 어떤 무엇보다 시정의 주인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현장 밀착 행정을 펼치는데 주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최 시장의 발언이 주관적이고 선택적인 시각으로 봤을때는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올해 지난 2월에는 읍면을 돌며 연두순방에 나서 시민들의 애로사항과 불합리한 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었고 지난 7월 집중호우때는 구두를 운동화나 작업화로 갈아신을 새도 없이 호우피해 지역 곳곳을 찾아다니며 피해주민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신속한 복구와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초 연두순방은 거의 모든 지자체장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보이는 행보요, 재난지역 살피기 역시 그렇지 않을 경우 언론과 시민들의 원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한 해야 하는 행보다.

다 좋다. 보여주기 행보든 생색내기 행정이든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재스처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그간 보여준 선례로 인해 너그러운 국민들은 다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혈세가 투입되고 시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사업을 해당 시민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까...

25일 김돈곤 청양군수는 1층 대회의실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주민 반대에 부딪혔던 대치면 주정리 골프장 조성 건도 보상 협의가 거의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7홀 규모로 들어설 주정리 골프장은 2026년 완공 로드맵을 갖고 금년 12월 중 착공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주정리 주민들은 환경오염과 농작물 피해 우려와 주민 설명에 대한 미비 등으로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나선바 있다. 이에 대한 주민들과의 협의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고 청양군수가 직접 설명한 것.

이날 김돈곤 청양군수는 이밖에도 주정지구 지구단위계획 고시 완료, 도 교통영향평가위원회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초안 공고 완료, 현재 진행중인 환경영향평가 조치계획에 대한 공고와 재해영향평가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언론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반면, 관내 2개 마을에 18홀 이상 수준급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공주시는 어떤가? 기자가 기억하기로는 25일 현재까지 공주시는 시민들은 물론 언론과도 골프장 조성과 관련해 어떠한 직접적인 소통 노력도 하지 않았다.

아니다. 있었다. 공주시는 지난 8월 21일 시 홈페이지 공고란에 ‘골프장 입지 세부평가서 제출안내 재공고’를 게시했다. 공주시 홈페이지 열린 바로 보이는 팝업배너도 아닌 구석 한켠에 있는 공고란을 찾아보는 공주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백번 양보해서 찾아본들 전문적인 용어들도 작성된 모집공고문을 이해할수 있는 시민들이 있기나 할까...

아무튼 지난달 19일 <충청투데이>와 지역의 몇몇 언론이 취재를 통해 골프장 조성계획과 관련해 공주시가 2개의 골프장 개발업체 모집공고를 냈으며 그 결과 5개의 업체가 개발계획서를 공주시에 제출했다고 보도한 것이 공식적인 최초 보도였다.

취재 과정에서도 공주시의 소극적인 소통은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업체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 구성에 대해 몇 명으로 워원이 구성되는지도 밝힐 수 없고 어느것 하나 속 시원하게 답변해주지 않았다. 그저 모든 질문에 대해 이래서 안되고 정해진 게 없고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만 반복했을 뿐.

여튼 언론 보도 이후 골프장 조성 예정지로 지목된 정안면 내촌리 일대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주민들은 평생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식수원인 지하수 고갈, 환경오염을 우려하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일부 언론의 후속보도에 의하면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는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부딪히며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초 공주시가 사업계획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주시의 깜깜이식 행정으로 혼란과 갈등은 한평생을 이웃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몫이 됐다.

공주시는 지난 23일 취재를 위해 찾아간 기자에게 현재 업체 선정을 마쳤고 지난주 금요일(20일)에 업체에 결과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본 기자가 담당팀장에게 너무 심사위원 구성이 몇 명인지도 밝히지 않은 너무 깜깜이식 선정과정이 이었다고 말하자 “제가 5명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라며 본인이 무슨말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공주시는 골프장 조성 계획을 공주시민들과 공유하고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시민들의 의견을 시정해 반영하는 것이 선출직 공무원인 최원철 시장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탈락 업체들은 정보공개 청구를 비롯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 이번 선정에 불합리성에 대한 심판을 구한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다.대백제전 성공에 취해 막상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부분에 어물쩍 깜깜이 행정으로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유명한 철학자들은 하나같이 똑같이 얘기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라고...하지만 어쩌랴. 굳이 비교하고 싶지 않아도 남들이 가진 좋은 것들이 보이고 들리는 것을…

김익환 기자 maedo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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