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훈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김광훈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김광훈 고려대학교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지난 15, 16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 올려진 대전시립무용단 제74회 정기 공연을 마주한 객석에는 박수갈채로 가득했다.

전국 국공립 단체 가운데 대전시립무용단의 실력과 위상을 인정받아 2023 외교부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해외 파견 문화예술공연단으로 선정돼 미국 시애틀과 포틀랜드 무대 위에 올려질 작품을 대전시민에게 선보인 뜻깊은 무대였다.

첫 무대는 춘몽(春夢)을 주제로 천리만리 이국땅에서 그리운 고향의 따듯한 봄날의 기억을 깨우고 어루만지는 창작 무용 ‘고향의 봄’과 ‘낙원의 산촌’ 은 가을비를 맞으며 공연장을 찾아주신 관객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풍요로운 대전 한밭 어디서나 보고 듣던 장구와 소고춤은 음양의 조화로움에 신명을 더하고, 큰 호흡으로 단아하게 내딛는 춤사위와 절제된 발디딤은 대전 선비 춤의 진수를 선물했다.

무대 위를 자유롭게 노닐며 나비의 꿈을 그린 '호접춘몽(胡蝶春夢)은 잠시나마 나와 세상이 하나 되는 장자(莊子)의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하는 순간을 맛 볼 수 있다. (周與胡蝶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 주여호접즉필 유분의 차지위물화)

이토록 신명나는 전통예술 공연을 만날 수 있는 배경에는 한밭으로 울려 퍼지던 대전 웃다리 농악과 들말 두레 소리 그리고 향제 줄풍류 가락과 같은 대전만의 풍류와 멋을 소중한 무형유산으로 면면히 지켰기 때문이다.

두 번째 막이 열리자 대전 전통예술의 자부심으로 빚어진 몸짓의 그릇 안에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丹齋 申采浩, 1880~1936)의 저항적 민족주의와 그토록 바라고 꿈꾸며 써 내려간 자주독립의 꿈 하늘(夢天 1916)이 여섯 장으로 나눠 담겼다.

첫 장의 시작은 1880년 한밭 대전에서 태어난 단재 신채호 선생께서 걸어오신 굴곡진 역사와 삶을 되짚는 듯 검은 커튼(샤막) 위에 빛바랜 사진과 영상으로 흐른다.

단재의 도포를 두르고 꿈 하늘 무대 위를 누비며 내면의 고뇌와 갈등을 온몸으로 열연하는 상징적 인물 ‘천관’의 처절한 몸짓은 울부짖듯 관객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커다란 사각의 굴레에서 단재 신채호와 부인 박자혜의 마주한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한 무대에서는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해 내던진 손짓과 버릴 수 없는 것에 대한 몸부림이 교차하고 있다.

끝도 없이 혼돈하는 마음을 흑과 백의 군무로 표현했고, 비장한 마음으로 꺼내든 장검무로 억겁광풍(億劫狂風)을 가르고 자주독립을 향한 뜨거운 피는 꿈 하늘로 향해 새하얀 깃발로 나부꼈다.

대전시립무용단 서사무용극 ‘천몽’의 무대 위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비추어보아야 할 세 가지 거울이 빛나고 있다.

중국 당(唐) 태종(太宗) 정관정요(貞觀政要)에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자신을 비추는거울(銅鏡)로 용모 단정하게 하고, 지나온 역사의 거울(史鏡)을 교훈과 경계로 삼으며 셋째 거울로 삼을 만한 사람(人鏡)을 만나 자신을 바르게 세우라는 의미가 홑디딤, 겹디딤, 엇디딤 K-춤사위로 무대 위를 곱디곱게 수(繡) 놓았다.

또한 “소설은 시를 향해 날아가고, 시는 노래를 향해 날아가고, 노래는 춤을 향해 날아오른다”라는 소설가 한승원의 말처럼 대전시립무용단은 단재의 꿈과 충혼을 K-춤에 담아 대전 0시의 제단 위에서 미국으로 세계로 나래를 펼쳤다.

공연 내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춤사위 속에는 김평호 예술감독과 대전시립무용단원이 혼연일체로 흘린 구슬땀과 예술 투혼은 K-춤의 시원(始原)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 15, 16일 대전시립무용단은 제 74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지난 15, 16일 대전시립무용단은 제 74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지난 15, 16일 대전시립무용단은 제 74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지난 15, 16일 대전시립무용단은 제 74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지난 15, 16일 대전시립무용단은 제 74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지난 15, 16일 대전시립무용단은 제 74회 정기공연을 개최했다. 대전시립무용단 제공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