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의견 팽팽해… 더 큰 사회적 갈등 우려
정부 가이드라인·사회적 합의 후 논의 예정

천안시의회 전경[천안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안시의회 전경[천안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전국 최초로 시도된 ‘천안 길고양이 보호조례안’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끝내 보류됐다.

14일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복아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천안시 길 고양이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심의했다. 이 조례안은 길고양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도모, 개체수 관리를 통해 시민과 길고양이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마련됐다. 조례안 발의에 앞서 복 의원은 지난 2년간 ‘반려동물 친화 도시 연구모임’을 주도하며 동물보호단체와 시민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취합했다고 한다.

조례안은 길고양이에 대한 보호 및 관리, 교육·홍보, 급식시설 설치, 중성화사업에 대한 시장의 책무를 명시했다. 또 길고양이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길고양이보호관리위원회’ 설치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길고양이 보호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례안 처리를 앞두고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시의회 홈페이지에는 지난달 말 조례안 입법예고 후 수천여 건의 찬반 의견이 올라왔다. 조례안을 심의하는 상임위 소속 시의원들에게도 문자폭탄이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례안 심의가 진행될 상임위 회의장 앞에도 이른바 ‘캣맘’으로 불리는 찬성 측과 반대 측 관계자 등 수십 명이 방문하기도 했다.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된 심의 장면도 이례적으로 800여 명이 동시 시청할 정도였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복아영 의원은 해당조례가 무조건적인 길고양이 보호가 아닌 시민과 공생을 위한 조례라며 통과를 호소했다. 그는 “처음 시도되는 조례다 보니 부서나 심의하는 의원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길고양이와 관련된 2000건이 넘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갈등이 극도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조례가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 의원은 조례안 내용 중 ‘소공원과 근린공원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수정 제출하는 등 반대 측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시의원들은 사회적 미합의와 중성화 수술을 통한 개체수 조정의 현실적인 가능성 여부 등을 들며 조례제정에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시 담당부서에서도 정부가 올 연말까지 길고양이 돌봄·중성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한만큼 공식 발표를 기다린 뒤 처리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찬반 양측 대표자들의 의견 청취까지 마친 의원들은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세 시간가량 토론을 벌인 끝에 조례안 보류를 결정했다.

김철환 경제산업위원장은 “찬성과 반대가 첨예한 현 상황에서 결론을 내게 된다면 더 큰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는 의원들 간의 공통된 견해가 있었다”면서 “향후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고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다시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조례안은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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