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갈비사자로 불리던 ‘바람이’ 전국적으로 주목
전시·관람 목적 아닌 동물 위한 동물원 자리잡아
관람객 불편 비탈길 야생과 비슷… 오히려 장점
생 마친 동물 기리기위한 위패 설치 추모관 운영

▲ 경남 김해의 한 사설동물원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다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사자 ‘바람이’. 청주시 제공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시설이 낡고 관람로가 비탈져 청주시민으로부터도 외면받던 청주동물원이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공영동물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1997년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에서 개장한 청주동물원은 2000년 시설을 확장했지만 낡은 시설과 함께 가파른 산비탈로 인한 관람의 어려움 때문에 시민들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청주·청원 통합 당시에는 이전 대상 시설로 결정돼 이전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런 청주동물원이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일명 ‘갈비사자’로 불리며 김해 모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던 늙은사자가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지면서다.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진 사자는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담긴 ‘바람이’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 바람이로 인해 청주동물원이 시선을 끌고 있지만 청주동물원은 이미 이전부터 사람을 위한 전시와 관람 목적이 아닌 동물을 위한 동물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청주동물원은 지난 2014년 환경부 서식지보전기관으로 지정됐다.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한 뒤 재활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거나, 자연방사가 불가능한 동물과 영구장애로 자연에 돌아가지 못 하는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2019년 웅담채취용으로 길러지다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구입한 곰이 청주동물원에 들어왔다. 이 일을 계기로 청주동물원은 환경부 국비를 확보해 동물친화적 환경을 가꿔나가게 됐다. 어디에서 자란지 모르지만 세종과 청주를 오가며 위험에 처했던 여우도, 야생에서 상처 입은 독수리도 청주동물원의 식구가 됐다. 지금은 68종 377마리의 동물이 청주동물원에서 살아가고 있다.

청주동물원이 동물복지를 우선하는 동물원이 되면서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주던 비탈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다른 동물원이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들어 관람객이 편한 동선을 만들었다면 청주동물원은 경사를 살려 동물들이 야생에서 살던 곳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청주동물원에는 또 다른 동물원과 차별화 된 시설이 있다. 바로 동물들을 위한 추모관이다. 일반적인 동물원에서 사육되던 동물이 죽으면 그냥 폐기되는 것과 달리 청주동물원에는 생을 마친 동물들을 기리는 위패가 설치된 추모관이 있다. 이 곳에서 관람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동물을 기리거나 동물원과 동물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생명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이 이뤄지면서 동물원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바뀌고 있는 것이 작고 불편해 외면 받던 청주동물원이 재조명 되기 시작한 이유기도 하다.

청주동물원 관계자는 "최근 청주동물원에 대한 관심은 동물들이 편한 것을 보는 것에 대해 인간으로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에서 오는 것 같다"며 "공영동물원으로서 사람과 동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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