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A아쿠아리움 내 실내동물원에 호랑이 2마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대전 중구 A아쿠아리움 내 실내동물원에 호랑이 2마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노세연 기자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맹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긴 한데, 동물들이 좁은 우리 안에서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었어요. 구해달라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안좋았어요”

28일 찾은 대전 중구 A아쿠아리움에서 만난 초등생 이모 군(10)은 이같이 말했다.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부모님과 함께 수족관을 찾았다는 이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동물원 속 동물들이 ‘가엾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어젯밤만 해도 수족관 3층에 사자와 호랑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뛸 듯이 기뻤지만, 오늘 맹수들을 직접 만나니 예상과 달랐다는 것.

자유롭게 뛰어놀며 멋지게 포효하는 맹수들을 상상했지만, 이날 이 군이 마주한 광경은 잔뜩 위축된 동물들이 제자리에서 뱅뱅 도는 모습이었다.

몸통길이 1m를 훌쩍 넘는 동물들이 원룸만한 공간에서 그날의 전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들이 우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장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움직이거나 한 곳을 빙글빙글 돌거나 멍하니 바깥을 쳐다보는 일 뿐.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큰 고양이과 맹수’, ‘강변있는 산림에서 사는 맹수’, ‘대형고양이과 가운데 최대의 맹수’ 등 동물을 소개하기 위해 써 놓은 팻말의 문구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사실 A 수족관의 포유류 전시는 수년 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A아쿠아리움 측이 대형 맹수들을 작은 공간에 욱여넣고 학대에 가까운 전시를 행다고 있단 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게재되는 상황.

본보는 이러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 이곳의 동물처우와 사육실태를 보도하고 수족관측의 개선의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대전 중구 A아쿠아리움 실내동물원에서 먹이주기 체험이 이뤄지고 있다.사진=노세연 기자

하지만 약 2년 만에 다시 찾은 동물원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

심지어 날카로운 쇠꼬챙이에 먹이를 꽂아 동물들에게 전해주는 먹이주기 체험도 그대로 행해지고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많은 전문가들이 맹수의 공격본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며 우려를 보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물론 A아쿠아리움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사육 기준에 따르면 사자의 경우 마리당 14㎡의 사육면적을 충족해야하는데, A수족관은 이보다 2배 이상 넓은 공간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일일 행동반경이 30㎞에 이르는 사자를 실내에서 기르는 이상 시민들이 보기엔 좁다는 평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아쿠아리움 관계자는 “코로나로 연간 20억 원의 적자가 나면서 확장사업에 착공하기가 어려웠다”며 “현재 필요한 자금의 3분의 1을 확보한 상태로, 내년 4월부터 사육 공간을 지금보다 약 3배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세연 기자 nobir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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