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박규선 한남대학교 축구부 감독
대학리그 3관왕 기록… 통합 챔피언 올라
훈련땐 엄격해도 밖에선 형제처럼 생활
코치 3명 한남대축구부 졸업생이자 제자
상대 선수들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임해
자신감 있는 플레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
신뢰하는 유대관계, 자신감에 큰 역할
부임 당시 선수 적어 팀 유지 고충 있기도
K리그 22세 이하 룰 대학축구 침체 우려
많은 지식 쌓아 대학 최고 명문팀 만들 것

박규선 한남대학교 축구부 감독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대학축구에 새로운 돌풍이 불고 있다. 한남대학교 축구부가 지난해 7월 1·2학년 대학축구연맹전 백두대간기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1년간 열리는 대학리그 4개 중 3개를 제패, 3관왕을 기록하며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한남대는 2019년 박규선 감독 체제에 돌입한 이듬해부터 춘·추계 3위를 차지하면서 반등에 성공했고 현 시점에선 10월 전국체전 우승으로 ‘그랜드 슬램’을 노리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박 감독을 두고 지도자로서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 그가 내세운 ‘빌드업 축구’와 선수들 간의 새로운 생활문화가 한남대 축구부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기량도 수준급이다. 박 감독과 최영광 수비코치가 한·일대학축구 정기전(덴소컵)에서 각각 수석코치와 코치로 발탁된 데 이어 김동진 선수가 선발 명단에 올랐다. 또 김 선수는 올림픽 대표팀 훈련에 합류했고, 조현우 선수는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에 이름을 올리면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박 감독의 포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한남대를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축구 명문대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와 관련해 그간 박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와 과정,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남대를 넘어 지역 대학축구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일단 너무 기뻤고 우리가 이뤄낸 3관왕이 그동안 많지 않았던 기록으로 알고 있다. 열심히 뛰어준 우리 선수들에게도 감사하다. 아직 전국체전이 남았고 이를 통해 4관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남아 있다. 한남대에서는 2011년부터 축구부 코치로 몸담게 됐고, 4년 전부터 감독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코치로 활동할 때부터 한남대를 수도권 유수의 대학을 넘어서는, 최고의 축구 명문대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올해의 경우 그런 한 해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들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 간의 호흡과 유대관계가 상당히 좋다고 정평이 나있는데.

"운동장 안에서는 규율을 타이트하고 강하게, 밖에서는 친구, 형제처럼 생활하자는 것이 저의 철학이다. 팀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우리 팀의 경우 3명의 코치가 한남대 축구부 졸업생이고 저의 제자이기도 하다. 코치들이 동대학의 졸업생으로서 선수들과 심리적으로든, 힘들 일에 대해서든 관계를 잘 형성하고 있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저와 보내는 시간, 그 훈련 시간에만 집중하는 것에 가장 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운동장과 생활적인 것에 모두 타이트하게 규율을 두거나 유도한다면 선수들이 숨 쉴 틈이 없을 것이다. 집중력은 운동장에서 쏟아내야 한다. 다만 인성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한다. 한남대가 있기에 축구부가 있고 축구부가 있기에 선수들이 이곳에서 축구를 배우며 활동할 수 있다. 아무리 실력이 좋더라도 인성이 좋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통합 챔피언을 달성한 원동력이 있다면.

"선수들이 그동안 동계에서부터 훈련을 아주 강하게 했는데 육체적인 것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잘 이겨내며 따라왔다. 특히 2관왕에 이어 치른 이번 대회에서는 예선전 두 번째 경기가 끝나자 또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이다. 한 번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것처럼 오히려 상대 선수들보다 더 간절한 마음과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가 또 우승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들과 호흡하며 가장 중요시한 부분들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이다.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한 자신감이 뒷받침될 만큼 훈련을 많이 했다. 조직적으로도 잘 갖춰고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도록 이끌어 낸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코치들과 선수들의 유대관계가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고충도 있었을 텐데.

"감독으로 처음 부임할 당시 선수가 15명에 불과해 성적보다는 팀 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팀 유지가 잘 된다면 제가 원하는 축구는 현대축구, 빌드업 축구로의 변화가 목표였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생활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더 나아지게 하려 노력해왔다. "

-올 시즌 초 대학축구 지도자들의 ‘K리그 U-22 룰’(K리그에서 22세 이하 선수들을 선발 라인업에 넣지 않으면 교체카드를 줄이는 룰)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기도 했는데 축구부 감독으로서 보자면.

"상당히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나이 제한을 두고 프로경기를 운영하는 거 자체가 말도 안되는 것이다. 선수들이 어렸을 때부터 기량이 살아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돋보이는 선수도 많다. 대학 선수들이 4년을 보고 도전해봐야 하는데 1·2학년에 뽑히지 못한다고 생각해 운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향후 기량이 더 살아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이 나오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22세 이하 룰 때문에 선수들이 1·2학년 때 쫓기듯 운동을 하거나 지도자 입장에서도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을 주고 있기도 하다. 지도자와 선수 모두에게 압박이 많이 되는 문제다. 대학축구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돼야 대학축구의 발전이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22세 이하 룰은 큰틀에서 대학축구의 침체를 유도하고 있고 프로축구에서도 전략 등에 문제가 되고 있다.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우선은 한남대를 대학 최고 명문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고 더 발전해서 많은 지식과 경험들을 쌓고 싶다. 이를 통해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은 항상 품은 채 도전하고 있다. 올해 3관왕을 했는데 이를 유지하고 이보다 더 잘나갈 수 있게 끔 코치들과 함께 역할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올해 김동진 선수가 덴소컵, 올림픽 등에 합류하고 조현우 선수도 19세 이하 대표로 소집됐는데 월드컵에서도 한남대 출신 선수가 나왔으면 한다. 이를 위해 감독으로서 목표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한남대 가족들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올해 첫 대회 우승 당시 이광섭 총장님을 비롯해 학교 직원들이 모두 함께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셨다. 중요한 경기였는데 저와 선수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또 시상식까지 함께 해주면서 힘을 많이 받았다. 그러한 기를 받아서 저희가 1관왕에 그치지 않고 2관왕, 3관왕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본다. 대학에서도 축구부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여주고 있다. 이런 관심이 있기에 저희가 우승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치르게 될 전국체전을 잘 준비해 관심에 보답할 계획이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 박규선 한남대 축구부 감독 약력 ◆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축구 국가대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
2004년~2006년 전북 현대 모터스 선수
2006년~2007년 울산현대호랑이 선수
2007년 부산 아이파크 선수
2008년~2009년 광주 상무 불사조 선수
2009년 부산 아이파크 선수
2011년 한남대학교 축구부 코치
2019년 한남대학교 감독 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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