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내와 한 달에 1회 정도 소풍을 간다. 소풍 가는 날은 행복하다. 배낭 속에 채울 것들을 미리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나의 소풍은 아내와 장 보는 일이다. 장에 가면 바다와 만나고, 산과 만나고, 친구와 만나고, 후한 인심과 만난다. 병아리를 만나고, 강아지를 만나고, 미꾸라지를 만나고, 눈을 크게 뜨고 금방 동해안에서 도착했다고 자랑하는 고등어도 만난다.

아내와 장 보는 날은 일상이면서 특별한 날이다. 장을 보면 냉장고가 제일 좋아한다. 그간 친구가 없어 많이 추웠노라고, 이젠 외롭지 않다고, 냉장고 속에는 육·해·공군이 함께 보무도 당당하게 군가를 부르며 화합을 다짐한다.

소풍 갔다 오는 날은 응접실에 희망이 자리하고, 애정이 자리하고, 믿음이 자리한다. 행복은 자잘한 일상에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거창하지 않은 것에서 얻는 행복이 진짜 행복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냥 장 보러 나왔다가 소풍 길에 나섰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면 그 속에 행복이 자리하며 꿈틀거린다.

어떠한 일이든 정이 결여되면 심한 환부를 남긴다. 소중함을 지키는 애틋함이며 그리움을 선사해주는 소풍은 이래서 좋다. 인생은 돌고 도는 회전목마, 해질 무렵 골목길에서 회전목마를 타다가 내리지 않겠다고 울부짖었던 동심의 세계가 있지 않았는가? 그때가 도래하기 전까지 아내와 소풍을 열심히 다닐 것이다.

연애는 전쟁과 같이 하고, 결혼생활은 훈련과 같이 하라는 말이 있다. 서로의 지붕이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돼지 등심 굽고, 싸구려 술잔을 기울이더라도 말이다.

부부지간의 사랑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아끼는 마음을 갖는 일과 대화가 제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거기에 기다림을 하나 추가한다면 더 좋겠다. 꿀물 한 잔을 마시고 싶을 때 내가 서둘러야 소용이 없다. 꿀이 녹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꽃을 꽃으로만 볼 수 있는 순수의 눈을 가질 때, 이 세상의 모든 장벽은 허물어진다.

행복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규격화된 행복은 어느 곳에도 없다.

<문희봉 명예기자>

 

[엄마의 선물] 나의 취미 중 하나는 피아노 연주이다.전문 연주자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피아노를 접했던 경험이 어른이 된 지금의 삶에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피아노 음악을 감상하는 것도 좋아한다.애정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통해 멍 때리는 즐거움을 만끽하다 보면 뾰족한 마음도 유순해진다. 한음 한음이 모여 협화를 이룰 때,힐링의 효과까지 발휘되는 것이다.그래서 음악치료사 Stevens은 음악이 몸,마음,영혼을 위한 약이라고 했나 보다.

나와 피아노의 인연은 엄마로부터 시작된다.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동네에는 피아노 학원이 없었다.딸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던 엄마의 새벽 기도가 2년째 되던 해,피아노 학원이 동시다발로 세 개나 생겼다.그렇게 음악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피아노 건반 위의 고사리 손을 보던 엄마의 흐뭇한 미소가 지금도 선연하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피아노 연습에 심드렁해진 나는 학원을 여러 번 빼먹었다.피아노 인생의 첫 번째 위기였는데,만약 이때 피아노를 그만뒀다면 평생 친구를 놓쳤을 게다.평소 자애롭던 엄마는 따끔하게 혼을 내셨다.어린 마음에 엄마가 야속했지만 철이 들고 나서는 엄마의 혜안에 감사했다.평생 친구는 꾸준함의 힘없이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그렇게 피아노는 나의 반려 악기이자 표현과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엄마가 내게 주신 선물이기도 하다.

문득 한 가지 추억이 떠오른다.방송사의 뉴스 클로징 음악에 장난감을 갖고 놀던 다섯 살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엄마,이 음악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소름이 돋았었다.

음악이 내 삶의 위안과 풍요로움이 되었듯 아들의 삶에도 그랬으면 좋겠다.그리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

<박지은 명예기자>

 

[0시 돌봄, 무대 뒤 숨은 영웅들]

오늘날의 ‘효’는 다양한 형태의 표현을 지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현대적인 방식인 이름 하여 HYO! 그대로 읽으면 효이다. HYO는 부모·자녀 및 가족뿐 아니라, 우리가 속한 공동체, 그리고 그를 에워싼 환경, 나아가 전 지구적 형제애를 보듬는 것이라고 한다.

현대 효의 개념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돌봄’과도 같은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돌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챙겨야 하거나, 맞벌이로 자녀의 돌봄이 걱정되거나,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생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돌봄 현장에는 늘 사명감과 봉사 정신이 투철한 고마운 사회서비스 종사자가 있다. 바로 ‘0’ 시부터 ‘24시’까지 우리 사회를 돌보는 숨은 영웅,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생활지원사 등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이다.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사회복지에 관심 가져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의 SNS를 통해 사회서비스원 소식을 종종 찾아보곤 했다. 8월 11일부터 일주일간 ‘0시 축제’로 대전이 즐거움으로 달아오를 때, 기관에서는 대전 ‘0시 돌봄’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축제의 슬로건처럼 대전에는 잠들지 않고 꺼지지 않는 또 하나는 ‘돌봄’이라는 것이다. 돌봄 현장의 영웅들을 응원하고 감사함 나눠 작성한 응원 메시지는 혹서기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돌보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종사자분께 선물과 함께 전달된다고 한다.

나 또한 0시 축제의 즐거움과 함께 ‘0시 돌봄’ 캠페인을 참여함으로써 현대의 효를 감당하고 있는 무대 뒤 숨은 영웅들인 사회서비스 종사자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어 마음도 따뜻해졌다. 우리가 아플 때 머리맡에서 눈을 떼지 않고 우리를 돌봐주셨던 엄마처럼, 내 가족과 같은 돌봄을 펼치고 있는 모습에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내 드린다. 사회복지사인 나 자신도 작은 일이지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음에 뿌듯한 날이다.

<김유리 명예기자>

[2022년 한국효문화진흥원 효행상 수상자] 권태홍 

권태홍님은 대전혜광학교 특수교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통해 내면적 가치가 신장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충·효·예 인성 교육 발전에 공헌하여, 2022년 한국효문화진흥원 10월 ‘효의 달’ 에 효행상을 수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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