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필조 대전시립연정국악원 공연팀장

우리나라 문예회관 시대는 1980년대 신군부의 치적 쌓기로 전국에 문예회관이 건립되기 시작하면서 부터이고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예술 행사와 공연 예술 공간 확충을 목적으로 개관된 서울 예술의전당은 우리나라 전문기획공연장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었다.

이 후 지방의 공연장들도 그 동안의 관리 위주의 수동적인 극장 경영을 탈피하며 능동적인 공연장 운영으로 지역민에게 다가가는 공연예술의 거점으로 각 지역의 공연예술 활성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공연장은 학계에서 "예술경영의 꽃"이라 불린다.

예술과 관객이 만나는 최접점의 공간이자 많은 전문 인력들이 체계적인 조직구성을 통해 예술성과 경영성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공연장은 예술자원의 허브 역할과 예술자원의 총화로서 또 랜드마크로서 지역 문화예술의 문화적 척도의 기준이 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전토박이인 나는 90년대 초반 열악한 공연예술계의 환경에도 불구하고 공연기획자의 길을 선택했고 기획사, 축제조직위, 예술단체, 공연장에서 다양한 공연업무를 수행하며 지금까지 27년간 대전 공연예술 역사와 함께 해왔다.

대전은 1995년에 광역시로 승격한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공연장과 학습되지 않은 관객, 그리고 열악한 예술환경으로 문화예술의 불모지라는 불명예가 항상 따라다녔다.

당시 국내외 우수 공연들은 대전을 피해 갈 정도였고 대전시민들은 서울로, 타 시도로 공연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대전도 늦게나마 2003년 대전예술의전당(이하 예당)을 개관하여 전문기획공연장의 시대를 열었고 각종 지표가 말해주듯 대전 공연예술계는 예당 개관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예당 개관은 대전공연예술의 흐름을 바꾸며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또 하나, 대전은 타 시도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일한 국악전문공연장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하 국악원)이 있다.

연정 임윤수 선생님의 국악 사랑과 기부로 1981년 개원하였고 2015년에는 대전 신도심 중심지인 둔산동 시대를 열며 지금은 ‘국악의 도시 대전’이라는 별칭과 중부권 K-예술의 메카로서 대한민국 국악을 선도하는 중심에 서있다.

개원이후 지금까지 전통에서 창작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쌓아온 국악단의 예술적 저력과 역량 그리고 국악원 K-콘텐츠의 다양한 기획프로그램은 대전 공연예술의 경쟁력이자 자랑으로 자리 잡았다.

예당이 짧은 공연장 역사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이유는 개관 이후 지금까지 대전시의 지속적인 지원과 전문 인력의 운영이다.

하지만 국악원은 아쉬운 점이 많다.

대전은 대도시인 타 시도와 달리 공연장과 지역의 예술적 역량의 척도인 시립예술단체의 운영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운영면에서는 타 시도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도시다.

국악원에 조금 더 충분한 예산지원과 전문인력의 확충은 국악원의 활성화와 대전공연예술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며,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는 국악과 양악의 중심지로서 공연예술계를 선도해 나갈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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