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선 시인·국제PEN한국본부 충북지역위원회 회장

폭풍우가 지나간 여름 끝자락 새벽바람을 가르며 충북교육의 미래를 걱정하고 올바른 학교 문화를 조성하려는 조찬 강연에 참석하였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께서 강연자로 나서 "디지털 시대에도 변치 않은 사실은 독서를 많이 하여야 꿈을 키울 수 있고, 지식보다는 인성이 더 중요하다"라는 내용이었다.

대가족 시대에는 어른의 서열이 분명하였다. 밥상을 받으면 조부모님이 수저를 드시기 전에는 먼저 수저를 들 수가 없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위계질서였다. 곤궁한 시절 이웃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도 집안의 제일 어른이 드시기 전에는 침을 삼키며 참아야 하는 인내심을 배웠고, 형제들끼리 티격태격하면서 또래집단의 사회성을 깨우쳤다. 7남매 장남이셨던 아버님은 조부모님, 삼촌 세분, 고모 세분, 우리 3남매가 한 지붕 아래 대가족으로 살면서 한 번도 야단을 치지 않으셨다. 밥상머리 가르침의 참교육 덕분이었다. 조부모님과 부모님께 언행을 공손히 하는 법을 체득하였고. 삼촌 고모가공부하는 옆에서 모르는 문제는 가르침을 받았다. 요즘처럼 고액 과외 대신 집안에서 개인과외를 받은 셈이다. 독서 역시 삼촌 고모가 읽은 책들은 내림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지식보다 먼저 배운 위계질서와 바른 예절로 세상을 무리 없이 살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며 참 사람됨의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을 하늘처럼 우러러 존경하지 않았던가. 지금 학생들이 그런 말을 들으면 코웃음을 칠 것이다. 이타적인 사람보다는 배타적인 사람으로, 가슴은 없고 머리만 있는 초현실 개인주의자로 키운 부모들과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핵가족 시대 한두 명 자녀를 낳아, 제 자식이 왕의 DNA라고 세상 제멋대로 키우며, 물질 만능주의와 권력이 최고라고 착각하는 얼간이들에게 교사도 귀한 아들, 딸이며 폭력도 폭언도 엄연한 범죄임을 인지시켜야 한다.

그나마 충북도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인성 회복을 위한 독서 권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는 요즘 사람들보다 많이 배우지 못했고, 풍족한 세상도 아니었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밥상머리 예절을 통해 다자녀의 올바른 인성교육을 시키셨다. 더 늦기 전에 일주일에 한 끼라도 자녀들과 눈 맞추며 식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학생들이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으로 창의적인 꿈을 키우는 밝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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